“돈 모아서 집 못 사”…주거불안 고조, 생애 첫 주택 매입 ‘분주’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10.24 07:00  수정 2025.10.24 07:00

새 정부 출범 이후 생애최초 주택 매입 7만건 육박

30세 이하 젊은 매수자 전체의 절반 이상

정부 규제로 내집마련 여건 악화, 정책대출 ‘그림의 떡’

ⓒ데일리안 DB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이 계속되면서 무주택자의 생애 첫 주택 구입 행렬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거주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앞으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거란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지난 6~9월 서울·경기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소유권 매매 이전등기 신청 중 생애 첫 부동산 구입 건수는 6만8977건이다. 1년 전 같은 기간 6만4472건인 것과 비교하면 약 7.0% 늘었다.


월별로 보면 지난 6·27 대출규제 시행 여파로 6월 1만9093명이던 서울·경기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7월 1만6812명, 8월 1만5925명으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9월 들어 1만7147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령별로는 30~39세 생애 첫 주택 매수자가 3만314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59세 매수자가 2만3944명, 60세 이상이 4897명 등으로 조사됐다.


30세 이하 생애 최초 매수자도 6983명에 이른다. 미성년자를 포함해 40대 미만 젊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 비중이 전체의 58.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전 연령에서 생애 첫 주택 매입 움직임이 확대됐다. 60대 이상이 20.2%로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었고 30대가 9.2%, 30세 이하 5.1%, 4050세대가 2.3% 각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내세우며 정부는 내 집 마련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시장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무주택자들의 주택 매입 움직임은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생애최초’ 대책 영향 없다더니…대출한도 축소 등 직격타
정비사업 규제 그대로, 시장 니즈 읽지 못한 9·7공급대책
단기간 집값 안정 가능성 희박…“무주택자 배려, 제도 보완해야”


이미 새 정부 출범 이후 4개월간 세 번의 대책이 발표됐고 그 중 두 번의 대책에서 대출규제 강화와 규제지역 확대 등 수요 억제책이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공급대책이었던 9·7 대책에는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 방안이 주를 이뤘는데 서울 도심 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서 필수적인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선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실상은 내 집 마련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무주택 실수요자 역시 주택 가격에 따라 2억~6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디딤돌·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은 집값이 6억원 이하여야 가능한데 서울의 평균 주택 매매 가격이 9억886만원에 이르는 탓에 사실상 활용할 수 없다. 10·15 부동산대책으로 규제 지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보금자리론 담보인정비율(LTV)도 70%에서 60%로 축소됐다.


시중은행 생애 최초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발목을 잡는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DSR 산정 시 적용하는 스트레스 금리를 기존 1.5%에서 3%로 올리면서 종전 대비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무주택자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당장 공급 확대에 따른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전월세 가격 급등, 추가 규제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분가하거나 결혼하면서 주거를 새로 마련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히는데 정부 규제, 공급 축소, 건설 단가 인상, 통화량 증가 등으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앞으로 못 살 것’이란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며 “빨리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매수 움직임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주택자인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선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서울·수도권에선 받을 수도 없는 정책대출을 가지고 무주택 서민을 배려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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