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아 집 사라”던 이상경, 갭투자 논란에 불명예 퇴진
‘내로남불’ 행보에 민심 악화…10·15 대책 후폭풍 심화
수요 억제 일변도 아닌 무주택자 주거불안 해소 나서야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국토부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는 국민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2분 남짓 짤막한 사과로 성난 민심을 달래보려 했던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대통령도 논란을 더 키우지 않으려는 듯 다음날 곧장 이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사안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겨우 몇 문장 사과문을 읽고 끝낸 것도 문제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에 여론은 더 들끓었다. 그는 끝내 갭투자를 인정하지 않았고 본인의 언행으로 분노한 여론에 대한 진심 어린 공감도 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렸던 이 전 차관은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를 주장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고가 아파트 갭투자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이마저도 “직 보다 집을 택했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를 돌이켜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고위 공직자들에게 주택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집을 처분하는 대신 직을 내려놓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벌써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는 마치 “지금 집을 사겠단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꾸짖는 듯하다. 정작 정책을 구상하고 설계한 고위 관료들은 정부가 죄악시하는 갭투자를 통해 시세차익을 남기고 고가 아파트 논란에도 팔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겠다고 하는데 말이다.
투기 수요를 잡겠단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애꿎은 무주택자만 피해자가 됐다. “돈 모아서 나중에 사면 된다”, “공공주택을 많이 짓겠다”고 달래지만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15억원 이하는 서민 아파트라는데 현재 월 평균 중위소득이 278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약 43년간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만 서울에 그 서민 아파트 한 채 마련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물론 그때는 이미 집값이 더 올라 있을 테니 지금 불가능한 내 집 마련이 그때라고 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전혀 없다.
결국 ‘나중’은 없다는 게 반복된 학습의 결과다. 전세마저 규제로 묶이면서 앞으로 전세 매물은 씨가 마를 전망이다. 그 덕에 월세는 천정부지 오를 테고 집 없는 서러움에 무주택자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착각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 시장 수요자는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직장 때문에, 학업 때문에, 자녀 교육 때문에, 갖가지 이유로 서울에 터를 잡고 살아야 하니 집이 필요한 것이다.
마냥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걸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정부 당국자의 몇 마디 사과와 사퇴라는 결말이 아니다. 전월세로 살더라도 언제든 내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단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주거 안정은 너무나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할 국민의 기본 권리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이 쾌적하고 안락한 주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걸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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