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APEC 퓨처테크 포럼서 한미 조선 협력 구상 공개
정기선 회장, 미 해군 차세대 함대·조선소 재건 프로젝트 참여 의지 밝혀
“AI·로봇·디지털 트윈으로 조선업 패러다임 전환”…美 안두릴 등과 기술 협력 확대
美 조선소 인수 검토 포함…‘MASGA’ 핵심 파트너로 글로벌 행보 본격화
정기선HD현대 회장(오른쪽 세번째)과 '퓨처 테크 포럼'에 참여한 연사들이 27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택HD현대 함정AI전문위원, 패트릭 라이언ABS최고기술책임자(CTO), 닉 래드포드 페르소나AI최고경영자(CEO), 에릭 츄닝 헌팅턴 잉걸스 부사장, 정 회장, 존 킴 안두릴 부사장, 이정민HD현대AI전략팀장.ⓒ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회장 승진 후 첫 공식석상에서 '미국 조선업 재건(MASGA)을 상징하는 한미 조선 협력 구상을 분명히 했다. 그는 첨단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미 해군의 차세대 함대 건조와 조선소 재건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 회장은 27일 경북 경주 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부대행사 '퓨처테크 포럼: 조선'을 통해 기조연설자로 나서 글로벌 조선업의 미래 비전과 기술 전략을 제시했다. 각국 정부·조선산업·학계 관계자 600여 명이 참석한 기술 행사인 이번 포럼은 HD현대가 첫 세션을 단독 주관했다.
정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HD현대는 미국의 새로운 해양 비전과 정책, 특히 미 해군을 필두로 하는 차세대 함대 건조와 조선소 재건 등, 해양 지배력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며 "미국의 새로운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여는 든든한 파트너로서, 혁신의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수석부회장에서 승진한 정 회장이 회장 자격으로 처음 나선 공식 석상에서 '마스가'로 대표되는 한미 조선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HD현대는 미국 현지 조선소 지분 참여와 인수 등 미국 시장 진출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기조연설을 마친 뒤에도 취재진과 만나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해 "굉장히 준비가 많이 돼 있다"며 "여러가지 옵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당사를) 전 세계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파트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도 발표가 있었는데 조만간 여러가지 발표가 있을테니 많은 응원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HD현대는 전날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 각서'(MOA)를 체결하고 미 해군이 새롭게 개발 중인 차세대 군수지원함을 공동으로 건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선 분야 '엔지니어링 합작회사' 설립과 미 해군 및 동맹국 함정 유지보수(MRO)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옵션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그 부분(현지 조선소 인수)도 검토 대상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정기선HD현대 회장이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 조선'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날 포럼에서 정 회장은 인공지능(AI), 탈탄소, 제조혁신을 중심으로 HD현대의 기술 비전과 산업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AI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우리 산업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HD현대는 자회사 '아비커스'를 통해세계 최초로 상용 선박에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해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AI 방산 분야의 혁신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는 미국의 안두릴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며 "최신 자율운항 기술을 방산 분야로 확장시키며 차세대 무인 함정을 개발 중인 가운데 양사의 역량이 결집된 선박 자율운항 기술과 자율임무수행 기술이 융합되면 해군 작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첨단 로봇 기술을 활용해 고질적인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면서도 더욱 안전한 자율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런 조선업의 혁신은 디지털 제조 전 단계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선박 건조의 모든 과정은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정밀하게 관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 자리에서는 헌팅턴 잉걸스, 안두릴, 미국선급협회(ABS), 지멘스, 페르소나AI 등 주요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연사로 참여해 기술 비전을 공유했다.
존 킴 안두릴 부사장은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과 안두릴의 임무 자율을 결합해 진정한 자율성을 구현하겠며 실제로 양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무인함정 설계와 건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패트릭 라이언 ABS 최고기술경영자(CTO)는 "AI는 조선산업의 핵심 혁신 동력"이라며 "HD현대와 함께 AI 설계검증 시스템 'PLATO'와 구조 분석 디지털 트윈 'Eagle Twin'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태기반 선급 체제로의 전환과 증강현실(AR) 웨어러블 안전 가이드 마련을 위해 텍사스 A&M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민 HD현대 AI전략팀장은 "HD현대는 자율운항·AI·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조선소 운영 전 과정을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보만 지멘스 CTO는 "AI와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디지털 스레드 백본'은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해 생산주기를 30% 단축할 수 있다"며 "HD현대와 함께 조선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래드포드 페르소나AI CEO는 "숙련 노동자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휴머노이드는 조선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HD현대와 함께 24개월 일정으로 용접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며, 강화학습과 모션캡처를 통해 인간의 용접 동작을 학습하고 NASA 기술 기반 로봇 핸드를 적용해 공구 사용까지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츄닝 헌팅턴 잉걸스 부사장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인 잠수정을 제작하고, 유일한 항공모함 공급업체로서 HD현대와 함께 자율운항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며 "한미 협력을 넘어 오커스 국가들과도 핵추진 잠수함 산업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취임 소감으로는 “취임식을 마친 뒤 여러 현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의 계획을 조율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며 “그룹이 그동안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좋은 기회를 찾아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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