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현금과 조선업 투트랙
외환시장 부담 덜어낸 '선박금융'
관세 불확실성 해소에 '효율적'
대통령실은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민의례 하는 모습을 30일 SNS에 공개했다. ⓒ뉴시스
한국과 미국이 수개월간 끌어온 무역 협상을 마무리 했다. 특히 마지막 쟁점이었던 '대미 금융 투자 패키지'에 선박금융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선박금융을 통해 그동안 우려됐던 대규모 외화 유출 충격을 완화하고, 국내 수출 불확실성까지 해소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정상회담을 통해 약 48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세부안을 확정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기로 했다.
2000억 달러는 현금으로 투자하되, 국내 외환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간 200억 달러로 상한선을 설정했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마스가(MASGA)'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했다.
당초 미국은 투자금 전액을 현금성 자산으로 요구해왔지만, 최종 합의에서는 기업의 직접 투자는 물론 대출과 보증까지 포괄하기로 했다.
특히 신규 선박 건조 시 필요한 자금을 장기 금융으로 조달하는 '선박금융'을 포함했다. 장기 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 만큼 국내 외환시장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평가다.
선박금융은 통상 선주가 조선사에 발주 대금을 못 낼 경우 금융기관이 보증하는 '선수금 환급보증'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이번 합의에는 조선업 관련 대출·투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특히 (마스가 투자금이) 선박 금융까지 포함되면서, 외환시장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국내 조선사의 수주 경쟁력도 높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합의로 국내 외환시장에도 장기적인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 선사가 마스가 자금으로 국내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면, 투자금이 국내로 환류돼 외환보유고가 줄어드는 부담이 상쇄된다는 얘기다.
2000억 달러의 현금 투자가 환율 시장에 가져올 충격도 제한적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금 조달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통한 정부보증채 발행 형태로 진행하면, 달러를 직접 흡수하는 방식보다 충격이 적을 거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합의 내용을 두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는 장기적으로 원·달러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연간 200억 달러의 상한으로 이를 정부에서 보증형태로 조달할 수 있게 돼 당초 예상한 것보다는 상당부분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분석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게 됐고, 현금투자 부담은 당초 우려보다 완화됐다"며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시장 조달을 늘리지 않고 자체 조달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 외화 규모가 150억~200억 달러"라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제조업 등 주력 산업의 수출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는 기대도 모인다.
미국 수출품에 대한 상호 관세는 지난 7월 30일 합의한 15%를 지속 적용하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11월 1일부터 15%로 인하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의 중장기적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금 투자에서 연간 200억 달러의 상한선을 뒀다 해도, 대규모 외화 수요가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외화 유동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KB증권은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는 장기적으로 원·달러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연간 200억 달러의 상한으로 이를 정부에서 보증형태로 조달할 수 있게 돼 당초 예상한 것보다는 상당부분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대미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며 "우리가 들여올 수 있는 운용수익이 줄고, 국내에서 진행됐을 수도 있는 투자 일부가 해외에서 이뤄지게 돼 중장기적으로 환율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박금융 카드로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조선업 수주까지 연계한 것은 매우 영리한 협상 전략"이라면서도 "연 200억 달러의 현금 유출은 분명한 부담 요인이니 면밀한 모니터링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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