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상법·특경법상 배임죄 폐지 지속적 요구해와
여당은 형법에 초점…'李대통령 구하기' 비판 속출
정치권 논의 촉각 곤두세우며 관련 요구 지속할 방침
재계가 정치권의 '배임죄 폐지' 논쟁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재계가 정치권의 '배임죄 폐지' 논쟁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여당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배임죄 규정이 기업 활동을 옥죈다며 배임죄 폐지를 '국가 경제활성화법'으로 규정한 가운데, 야당은 "대장동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면소(免訴)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반발하며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배임죄 폐지를 숙원으로 여겨온 재계는 정치적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겠다는 입장이다.
6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내에 '배임죄 폐지'를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명분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혁 입법'이다. 민주당은 과도한 경제형벌을 완화하고 민사책임을 강화해 경제 활력을 되찾겠다는 기조로 당내 경제·민사책임 합리화 TF를 꾸려 배임죄 폐지를 검토해왔다.
실제 배임죄 폐지는 재계의 숙원이다. 다만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중점으로 두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상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죄 폐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투자 결정이나 사업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이 결과적으로 손실을 냈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는 구조"며 "이 때문에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한 의사결정을 꺼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주요 경제단체들도 배임죄 조항이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돼 경영자의 책임 리스크를 과도하게 높이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특경법에 따른 배임죄의 경우 이득액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라는 과도한 처벌 규정이 적용돼 기업 활동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4일 '2025 하반기 국회에 바라는 경영계 건의 과제'를 통해 배임죄 폐지를 공식 건의한 바 있다. 경총은 "상법·특경법상 배임죄는 폐지하고, 형법상 배임죄는 폐지하거나 완화해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적극적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경영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배임죄와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 특히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초점에 맞춘 것을 두고 '방탄 입법' '대통령 구하기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특히 이 사건의 1심 판결문에 배임죄 폐지에 대한 법조계의 우려가 판시된 바 있는 만큼 법 개정 추진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덮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배임죄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들이라든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이라든지, 또는 재판중지법이라든지 전부 조각조각 모아보면 목적은 하나다. 어떻게든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경제 활성화 목적, 재계의 지속적인 요구를 명분으로 내세워 정기국회 내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재계라든지 경제계에서 정책적인 경영상 판단을 했는데 그것이 배임죄로 기소가 돼서 경영에 방해되는 부분에 대해 (요구를 해와) 기업을 활성화하는 그런 차원에서 검토가 된 법"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70여 년간 모호한 '임무 위배' 개념으로 기업의 정상적 투자까지 위축시켜온 구시대적 족쇄였다는 지적에 따라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도 경영판단원칙 명문화, 특별배임 정비 등 배임죄 완화·개선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형법상 배임죄 폐지도 '경제형벌 합리화' 의제로 계속 추진하면서 결국 '방탄 입법'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경우, 배임죄 폐지 논의 자체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재계에서 제기된다.
이에 재계는 정치권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법·특경법상 배임죄 폐지 요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형사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법제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반 형법상 배임죄는 유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법 개정의 취지가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면 특경가법 제3조, 상법 제622조와 제623조의 폐지 및 경영판단원칙 도입을 고려하고, 형법상 배임죄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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