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200 돌파에 일주일만에 신용대출 1조 증가
“주담대 막았더니 신용대출 쏠려”…가계부채 ‘풍선효과’ 경고음
이억원 “건전성 위협 정도 아냐”…당국 ‘안이한 인식’ 지적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금융시장 상황, 첨단산업기금 조성 등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신용대출이 전체적인 가계부채의 증가를 견인한다든지, 건전성에 위협을 준다든지의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신호가 쏟아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조이자 개인들은 ‘빚투(빚내서 투자)’로 쏠리며 신용대출이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만 보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 자평하는 사이, 시중에서는 부채의 질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일주일 만에 1조1800억원 넘게 늘었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약 4년4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1조659억원 증가하며 전체 신용대출 급증세를 견인했다.
이 같은 신용대출 급증은 최근 코스피가 4200선을 돌파하며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린 결과다.
지난주 외국인이 7조원 넘게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도 거의 같은 규모를 순매수하며 사실상 외국인 매물을 떠안았다. 이른바 ‘빚투’ 자금이 증시 상승을 떠받치는 구조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신용대출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신용대출이 9월에는 감소했다가 10월 들어 1조원 정도 늘었을 뿐”이라며 가계부채 총량 관리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또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자기 책임 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권대영 부위원장은 “그동안 (빚투를)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언급했다가 발언 논란이 일자 “말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측면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안이한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를 조이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풍선효과가 생기는 건 이미 수차례 경험한 일”이라며 “대출총량 만으로 위험을 판단하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놓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대표적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216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빠르고 간편해 자금이 그쪽으로 몰리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며 “정작 주담대를 막으면서 투자·생활자금 수요를 신용대출로 밀어 넣은 건 잘못된 정책이 불러온 역효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담대를 막으면 신용대출로, 신용대출을 막으면 제2금융권으로 돈이 흘러간다”며 “총량 중심의 규제가 풍선효과를 키우는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