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방식은 교육적 의미도 없고 오히려 사교육 요령 습득만 권장"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국가교육위 건의 등 로드맵 마련할 것"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듣기 평가를 폐지 등 대입제도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 경기도교육청 제공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의 영어 듣기 평가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대입 제도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14일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영어 듣기 평가는 교육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입시 제도의 신속한 개편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취임 후 수능 영어 듣기 평가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종종 피력해 온 임 교육감이 처음 공론화 한 것이다.
임 교육감은 "만약 수능 영어 듣기 평가가 시험 몇 시간 전 돌발 상황에 들어오면, 학교 입장에서는 준비가 부족해 대처가 곤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험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듣기 평가 환경 조성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임 교육감은 "각 학교마다 스피커, 소음 측정 등 시설 환경이 달라 듣기 시험 연습과 점검에 막대한 자원이 투입된다"며 "일부 학교는 스피커만 교체하는데 440만원이나 들었고, 현장에서는 시험 중 찌지직 거리는 잡음은 행운에 의존해야 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험 당일 스피커 소음 문제나 감독관은 물론 수험생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소리로 인한 민원이 제기될 경우, 현장은 극도의 긴장감에 시달리게 된다.
임 교육감은 "영어 듣기 평가는 본질적으로 영어 실력과 소통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며 "실제 영어는 소통 도구인데, 스피커 음성만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현재의 방식은 교육적 의미도 없고 오히려 사교육 요령 습득만 권장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 교사와 영어 교사조차 영어 듣기 평가 폐지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부담이 너무 크고,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교육감은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조속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임 교육감은 "이 문제는 현장 실태조사 결과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다.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공감대를 모은 뒤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해 제도 개정을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사례 연구와 의견 수렴을 거쳐, 필요하다면 경기도 차원의 자체 개선 방안도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추진 절차에 대해 임 교육감은 "공론화와 현장 의견 수렴 후, 오는 20일 열리는 전국시도교육감 회의에서 정식 논의·결의를 거쳐 국가 차원 주요 교육정책 기구로 건의할 것"이라며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입 제도가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수능 영어 듣기 평가 폐지와 더불어, 대학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현재 입시제도는 학생·교사 모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실제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앞으로는 절대평가와 논술형 평가 확대, 다양한 표준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의 객관식 평가의 한계를 지적하며, AI 기반의 서·논술형 평가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현재 경인교대, 춘천교대 등 여러 대학과 공동으로 AI 서·논술 평가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학생 개인별 논리적 근거, 주장 전개, 서론·본론·결론의 일관성 등 다양한 항목을 평가할 수 있으며, 교사들의 채점 부담을 낮추고 학생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실효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대학에서 실제로 써보면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검증 결과가 긍정적이면 국가교육위원회와 협력해 국가 공인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테스트 중인 AI 서·논술 평가 시스템은 경기도교육청 온라인 교육플랫폼 '하이러닝'과 연동해 사용되며 지난달 23일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임 교육감은 끝으로 "수능 개편, 내신 평가 방식 변화, 논술형 평가의 확대 등 미래 교육에 걸맞은 입시제도 마련을 위해, 정책 결단과 공론화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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