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초북행 국민의힘] ① '우리가 황교안·건국전쟁?'…국민의힘에 부는 위기론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11.17 05:00  수정 2025.11.17 05:21

10·15 부동산대책, 대장동 항소포기 등

정부·여당 실책에도…국민의힘 지지율 '뚝'

당 강경 노선에 외연 확장 불가능 우려

지방선거 걱정 확산…전략수정 필요 요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지초북행(至楚北行·남쪽 초나라에 가려고 하면서 북쪽으로 간다는 뜻으로, 방향이 틀려 열심히 할수록 오히려 목표가 멀어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으로 지방선거 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정선거론을 펼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사태를 안고 가거나, '체제 전쟁' 주장이 지속되는 등 당의 전략이 지방선거 준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안팎에선 정부·여당이 계속해서 실수를 저지르며 유리한 판이 깔렸음에도 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편협한 노선에 있다고 보고, 지금이라도 이를 타개할만한 확장 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를 기록하며 42%인 더불어민주당과는 18%p의 격차를 보였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인 27%보다도 3%p 적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0~12일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1%로 42%를 기록한 민주당에게 '더블 스코어' 격차로 열세였다. 해당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태도 유보(27%)'층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내에선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크게 당황하는 모양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흔들린 민심과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논란으로 촉발된 정부·여당을 향한 실망한 여론이 반영되면 지지율이 상승해야 정상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간의 당정갈등이 표출되면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형세가 마련됐음에도 반등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내년 지방선거 대비에도 어려움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당의 투쟁 노선이 정부·여당의 실책을 때리는 것만이 아닌 강경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기존 지지층을 제외한 무당층의 흡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론조사에 응답할 정도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않았단 건, 우회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못하겠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호남에 다녀왔다가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중도를 끌고 오겠느냐. 최근 나온 여론조사들에서 무당층을 우리 쪽으로만 끌고와도 민주당을 뛰어넘는 걸로 나오는데도 이걸 못 잡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당내에선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지난 내란 특검팀에 체포됐던 황교안 전 총리를 두둔하는 발언이 나온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장동혁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본관 앞에서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포기 외압 사태를 비판하기 위해 열린 대규모 규탄대회에서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같은 발언을 꺼낸 장 대표는 곧바로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이튿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내 의원들의 반발 여론이 쏟아지자 장 대표가 직접 "우리가 특검 수사를 받듯이 황 전 총리도 특검에 체포됐기 때문에 한마디 했다"며 "그런 발언들은 즉흥적으로 한게 아니라 상황을 보면서 전략적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해야 했을 정도다.


당내 일각에선 장 대표의 발언이 어디까지나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의 원내수석대변인인 곽규택 의원은 지난 1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부정선거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에게도, 우파 누구에게라도 이런 상황이 생길 수가 있다(는 걸 전달하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선배 정치인을 향한 최소한의 인간적 의리, '힘들 때 혼자 두지 않겠다'는 마음을 먼저 읽었다"고 적기도 했다.


하지만 황교안 전 총리와 관련된 발언 뿐 아니라 최근 당이 걷고 있는 노선에서 나오는 강경 발언들이 누적될 것이란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장 대표가 지난달 전국을 돌면서 꺼낸 "내년 지방선거는 체제전쟁이자 제2의 건국전쟁"이나, 지난달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내용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재섭 의원은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의 면회사실을 공개한 직후인 지난달 19일 당 의원 온라인 대화방에서 "부동산·관세 등으로 이재명 정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고, 우리 의원들이 힘을 모아 싸우고 있는데 당대표로서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라며 공개 반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당장만 봐도 공무원 사찰, 대장동 항소포기 등 이재명 정부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는데, 당이 강경한 노선으로 가면서 내란 한 마디에 묻혀버리는 꼴"이라며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국민들에겐 강한 발언들만 남는다. 의원들에게 의견이라도 물어 같이 갈 수 있는 노선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강경 노선이 지속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단 점이다. 앞선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인 서울에서 22%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쳐 민주당(41%)에 19%p 뒤쳐졌다. 전통적 강세 지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조차 국민의힘은 30%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민주당(34%)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지속된 내란 프레임을 지겨워할만 하면 국민의힘에서 잘못된 메시지를 던져 '민주당은 싫은데 국민의힘은 더 싫다'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면 진짜 서울과 부산에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어진다"며 "계속 늘어나는 무당층을 잡으려면 윤석열·김건희가 보수를 완전히 죽이는 역할을 했으니 선을 긋고 국민 여론의 눈높이를 못 맞췄단 것에 사과한다는 얘기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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