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한 달 사이에 세 번 개입하며 비난
일반적 정책제언 아닌 감정적 표현 쏟아내
내년 서울시장 선거 정치공학에 함몰됐나
민주주의 건강성과 지방자치의 원칙 훼손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2025 참좋은 지방자치 정책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무총리가 한 도시의 행정 정책을 두고 일주일에 두 번이나 현장을 방문하며 직접 비난하는 모습은 과연 정상인가.
지난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불과 한 달여 사이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시의 세 가지 정책 사안에 차례대로 개입했다. 구로구 예산 문제에서 시작해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그리고 한강버스에 이르기까지.
김민석 총리의 이 모든 개입이 '순수한 국정 책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포지셔닝'인지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
직할권과 자치권의 경계
헌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 각부를 총할하는 국가 최고행정관으로서, 국정 전반의 조율과 국가 차원의 정책 집행을 담당한다. 반면 서울시장은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아 서울특별시의 행정을 직접 담당하는 위치다. 이는 단순한 관례가 아니라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명확한 제도적 구분이다.
국무총리가 국정 현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핵심은 김민석 총리의 '관심'의 정도와 '개입'의 수준이다.
서울시의 도시계획 정책이 국방이나 외교·경제정책처럼 국정의 핵심 사안인가. 세운상가 재개발은 서울이라는 광역자치단체가 헌법이 부여한 자치권을 가지고 추진하는 도시정책이다. 한강버스 운영 역시 서울시가 운영 권한을 가진 교통 인프라고, 구로구의 인력시장 예산은 기초자치단체의 예산 배분에 관한 문제다. 이 모든 것이 중앙정부의 최고행정관이 일일이 개입을 해야 하는 성질의 정책들은 분명 아니다.
대부분의 도시 정책은 어떤 식으로든 국민 생활과 연결되어 있지만, 이를 이유로 국무총리가 모든 지방 정책과 행정에 개입한다면 지방자치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또한 정책 조정은 '적절한 채널'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무총리의 현장 방문 후 정책 결정자에 대한 직접적 비난과 감정적 표현은 협의의 형태를 넘어선다.
반복되는 김민석 총리의 개입
흥미로운 것은 김민석 총리의 개입이 산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10월 구로구 예산, 11월 9일 세운상가, 11월 15일 한강버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세 건의 사안에 국무총리가 직접 나섰다.
김민석 총리는 일반적인 정책 제언이 아닌 정책 결정자에 판단에 대한 감정적 표현을 더한 비난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민석 총리의 이러한 개입의 패턴이 과연 순수한 국정 책임에서 비롯된 것일까. 세운상가 재개발, 한강버스, 구로구 예산이 국정의 핵심 사안이 되려면 국가적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지난달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에 대한 2025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도시 계획의 민주적 절차
특히 세운상가 재개발은 도시정책의 영역이다. 도시는 정체를 허락하지 않는 생명체이며,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서울시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시민과 시의회,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하고 결정할 문제다. 국무총리의 선호도나 판단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국무총리가 서울시의 정책에 개입하여 고층 빌딩은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한다. 과연 내년 지방선거가 없었다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종묘 앞에 섰을까? 그리고 한강버스 현장을 점검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관찰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무총리의 개입들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관찰하는 것이다.
국무총리는 국정에 충실해야 한다
국무총리가 서울시의 정책에 이토록 자주 나서는 현상은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단순히 오세훈 시장에 대한 정치적 견제를 넘어서, 지방자치의 원칙 자체를 훼손하는 행위다.
헌법이 규정한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존재한다면, 이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관료에게 요구되는 기본 자세다. 지방자치는 단순한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초다.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책을 이행할 때, 중앙정부의 간섭이 최소화돼야 한다. 물론 법적·재정적 통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의 내용과 방향을 두고 국무총리가 개별적으로 개입하고 비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김민석 총리의 이 모든 개입은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권을 문제 삼으며, 서울시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정치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의 자치권을 억압하는 것이다.
국무총리에게 남는 의문
김민석 총리의 현장 방문과 감정적 발언들은 과연 '순수한 국정 책임'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내년 서울시장 출마를 겨냥한 '정치적 포지셔닝'인가. 우리는 김민석 총리의 진심을 완전히 알 수 없다.
김민석 총리가 취할 수 있는 방향은 명확하다. 국정의 본분에 충실할 것인가, 혹은 내년 지방선거의 정치적 공학에 함몰될 것인가.
정치적 의도의 우선시에 대한 대가는 결국 민주주의의 분열로 되돌아올 것이며, 국민들은 이러한 선택을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
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