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였다’ 부담감을 이겨낸 이유미의 단단함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1.17 07:18  수정 2025.11.17 07:18

가정폭력 피해자 희수 역

배우 이유미가 가정 폭력 피해자의 사투를 처절하게 그려냈다.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이, 처음엔 이유미에게도 무거웠다. 그러나 출연을 결심한 이후부터는 캐릭터의 아픔을 통해 ‘당신이 죽였다’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에만 신경 썼다. 그만큼 책임감 있게, 또 치열하게 캐릭터를 완성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한 이유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넷플릭스

이유미는 이 드라마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친구 은수(전소니 분)와 남편 살해를 공모하는 은수 역을 맡아 살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이유미도 ‘당신이 죽였다’의 소재를 다소 무겁게 느꼈다. 필요한 이야기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책임감도 컸던 것이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는 비행 청소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펼쳐내 주목받고, 전작 ‘Mr. 플랑크톤’에서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 남자친구를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등 그간 쉽지 않은 역할을 소화해 온 이유미에게도 큰 숙제가 주어졌었다.


“이번에는 희수가 입은 상처가 그 자체로 주제가 되는 작품이라, 선택이 더 쉽지 않았다. 이 작품을 하기로 마음을 먹자, 감독님께서 (가정폭력 주제의) 책을 선물해주기도 하셨다. 사례를 모은 단편집이었는데, 그런 걸 읽으며 화를 정말 많이 냈다. 기사도 찾아봤다. 감독님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수업도 받았다고 하시더라. 그때의 이야기도 나눴다. 촬영 내내 이야기를 나누며, 희수를 이해했다.”


희수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작품과 캐릭터에 푹 빠져 생활했다. 시나리오 속 희수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 시나리오에 표현되지 않은 희수의 서사들을 상상하며 깊이를 더해나갔다. 극 중 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희수의 아슬아슬함 뒤엔, 이렇듯 이유미의 깊은 몰입이 있었다.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우선은 시나리오 속 팩트에 집중을 하려고 했다. 사실 위주로 접근을 하면서, 이후 상상으로 채워나갔다. 이미지화를 쭉 해보기도 했었다. 희수의 배경도 많이 생각했다. ‘일이 있고 나서는 어떻게 행동할까’, ‘가족은 어떨까’, ‘고양이와는 무슨 관계일까’. 이런 부분들까지도 감독님과 대화하며 채워나갔다.”


은수와 연대하며 함께 상처를 극복하는 ‘당신이 죽였다’가 선사하는 치유의 메시지도 있다. 은수와 희수의 관계성도 ‘당신이 죽였다’의 핵심이었던 만큼, 디테일한 노력이 필요했다. 전소니에게 다가가 대화하고, 일상도 함께하며 관계를 다졌고, 이것이 작품에도 잘 묻어난 것 같아 만족했다.


ⓒ넷플릭스

“전소니와 친해지고 싶었다. 둘 다 낯을 가리긴 하지만, 제가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다가갔다. 질문을 많이 했다. ‘무슨 색깔 좋아해’ 같은 사소한 것까지 물으며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 만났을 때는 이미 마음이 너무 편했다. 서로가 있어서 현장이 더 즐거울 수 있었다.”


온전히 몰입해 완성한 작품, 캐릭터에 시청자들도 공감해 준 것 같아 감사했다. ‘당신이 죽였다’ 속 가해자를 향해 분노하는 시청자들을 보며 메시지가 잘 통한 것 같아 안도하기도 했다.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하지만, 주체적으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희수, 은수를 통해 시청자들도 힘을 얻기를 바랐다.


“내가 모니터링을 할 때도 그랬는데, (폭력이 직접적으로 표현이 되지 않고) 상상의 여지가 있어 더 크게 와닿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고 어떤 반응을 해주실지도 궁금했다. 희수를 연기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미래에 잘 서있을 희수를 위해 (서사를) 잘 쌓아가야 한다고 여겼다. 그때의 희수를 통해 용기를 주고 싶었다. 보는 분들이 희수와 은수를 응원해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유미는 배우 생활을 하며 얻은 불안을 잘 이겨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언제, 어떤 작품이 들어올지 몰라 늘 불안하다는 이유미는 그 감정도 잘 받아들여 발전의 계기로 삼고 있었다. ‘오징어 게임’으로 큰 주목을 받고, 이후 ‘힘쎈여자 강남순’,‘Mr. 플랑크톤’ 등 주연작을 쌓아나가며 커진 책임감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연기를 해나갈 계획이다.


“‘오징어 게임’은 늘 내게 남아있는 작품이다. 그 작품을 했기에 얻은 것들이 많다. ‘오징어 게임’ 덕분에 더 많은 작품을 소화하게 된 것도 분명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단은 ‘열심히 해야겠다’, ‘힘을 내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