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시밀러 관세 불확실성, 신약 두각
ADC, 다중항체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기반 외부 기술 도입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본격적인 연구개발(R&D) 확대 계획을 밝히며 신약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존 시밀러 중심의 사업을 넘어 신약 개발사로의 체질 전환을 꾀하는 동시에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R&D 비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는 해마다 6000억원을 R&D 비용으로 썼는데 내년부터 8000억 원 정도를 쓴다”며 “내후년쯤 되면 R&D 비용이 1조원을 넘어갈 텐데 (이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 규모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실제 셀트리온의 R&D 투자액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셀트리온의 R&D 비용은 4347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3929억원)를 앞섰다. 국내 제약사 중 R&D 투자액이 많은 유한양행(2687억원), 대웅제약(2346원)과 비교했을 땐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서정진 회장이 말한 연간 1조원이라는 투자가 계획대로 실행되면 국내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과의 R&D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대규모 R&D 투자는 단순한 성장 의지를 넘어선 전략적 배경을 담고 있다. 최근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의약품 관세는 최혜국 대우를 보장 받아 최대 15%로 결정됐으나,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인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세 혜택은 구체적인 언급이 부족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 회장 역시 이날 회의에서 “아직 의약품 쪽이 그레이 에어리어(회색지대)가 많은데, 그쪽(미국)도 지금 정리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남아있는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했다.
ⓒ셀트리온
R&D 투자 확대는 생산 시설 운영과 함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로 이어질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를 중심으로 오는 2028년까지 총 13종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 ADC 후보물질 2종(CT-P70, CT-P71)은 임상 1상에 진입했으며, 다중항체 1종(CT-P72)과 ADC 1종(CTP-73)은 연내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이 4~5년 전부터 본격화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신약 확보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과 연달아 대규모 공동 연구개발을 체결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 뿐만 아니라 외부 기술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신약 개발의 속도와 성공 확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실제 셀트리온은 지난달 다중항체 전문 기업인 머스트바이오와 최대 7125억원 규모의 신약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머스트바이오는 후보물질 설계 및 초기 연구를 담당, 셀트리온은 비임상부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며 ‘베스트 인 클래스’ 면역 항암제 개발에 나선다.
테크바이오 기업인 포트레이와는 최대 1259억원 규모의 AI 기반 신약 탐색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포트레이 플랫폼을 활용해 신규 치료 표적을 발굴하고 최대 10종의 표적 독점권을 확보한다. 이를 기반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표적을 선별해 차세대 정밀 항암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서정진 회장 또한 회의에서 “5000억 규모로 스타트업 기업들과 하는 펀드가 있는데, 정부 정책이 서면 1조까지 규모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항암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서의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미래 성장 동력을 적극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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