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에…인뱅 3사, 성장축 ‘사장님 대출’로 이동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11.20 07:31  수정 2025.11.20 07:31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인뱅 수익성 악화…기업·소상공인 대출로 방향 전환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사장님 대출’ 상품 확대하며 여신 성장 모색

연체율 리스크는 여전…“대안신용평가로 변별력 강화 필요”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인뱅) 3사가 수익 감소 압박을 돌파하기 위해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대출로 성장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집중된 포트폴리오가 정부 정책기조와 충돌하면서, 새로운 여신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사장님 대출’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8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같은 달(6조5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줄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3조2000억원 늘어 전월(3조5000억원)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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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만 보면 주담대 증가액은 2조5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총량 규제가 시장 전반의 가계대출 확장을 억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도 ‘10월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전 금융권의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2월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3.8%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 기조는 인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인뱅의 수익 구조가 가계대출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42조2600억원으로 전체 원화대출금(44조8000억원)의 94.3%를 차지했다.


케이뱅크(90.9%·15조7900억원), 토스뱅크(90.7%·13조7230억원) 역시 비슷한 구조다. 가계대출 축소는 곧 수익성 둔화로 직결된다.


실적에도 즉각 반영됐다. 케이뱅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1% 줄었고, 누적순이익도 1034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3분기 순이익이 11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압박 속에서 인뱅 3사는 가계가 아닌 기업·SOHO(개인사업자) 대출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있다. 인터넷은행법상 대기업 금융이 금지돼 있는 만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이 사실상 유일한 확장 영역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4분기를 기점으로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확대를 예고했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4분기에는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을 통해 여신 성장이 2·3분기 대비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날에는 ‘소상공인 컨설팅 서비스’를 출시하고, 교육 수료 시 신용대출 금리를 연 0.2%포인트 우대하는 프로그램도 내놨다.


케이뱅크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여신 증가액의 절반이 기업대출에서 발생했다”며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이날은 ‘생계형 적합업종 보증서 대출’을 출시해 두부·냉면 제조업, 서적·신문 소매업, LPG 연료 소매업 등 생계형 업종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확대했다. 토스뱅크도 개인사업자·자영업 대상 상품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뱅의 SOHO 확대에는 ‘연체율’ 리스크가 따라붙는다. 9월 말 기준 인뱅 기업대출 연체율은 카카오뱅크 1.29%, 케이뱅크 0.93%, 토스뱅크 2.95%로, 시중은행 중기대출 연체율(0.53%)보다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뱅 출범 초기엔 신용·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높아 연체율이 높았지만, 최근 담보대출 비중이 늘어 건전성은 개선되고 있다”며 “시중은행 수준까지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안신용평가 고도화를 통해 변별력을 강화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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