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전영현 체제' 유지…새 고객사 확보 속 신뢰 경영 강화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11.21 11:34  수정 2025.11.21 16:14

21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 결정돼

DS부문장·메모리사업부장 겸직 체제 유지한다

SAIT 원장직에서는 물러나…반도체 역량 집중

신뢰 기반 비즈니스 고려, 유임 필요했다는 평가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31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 수장을 그대로 유지하며 '안정' 속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DS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을 그대로 맡되, 그간 겸직해온 SAIT(삼성종합기술원) 원장 자리에서는 물러난다. 오히려 무게를 덜어내며,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반도체에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1일 2026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전 부회장의 DS부문장 유임을 발표했다. DS부문 산하 메모리사업부장도 계속 겸직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해 새로운 대형 고객사를 연이어 확보한 상황에서 비즈니스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전 부회장의 유임이 중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이 '전영현 체제'를 흔들지 않은 것은 단순히 안정을 택했다기보다, 반도체 반등 국면에서 속도를 잃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전 부회장이 주도해온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 첨단 공정 안정화 등 성과에 연속성을 불어넣으며 집중력을 끊지 않으려는 의도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 반도체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가운데, 전선에 복귀한 '구원투수'다. 반도체 설계와 공정에 모두 정통한 기술 전문가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합류한 뒤 2014년 사업부장을 맡았다. 2017년에는 삼성SDI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의 DS부문 복귀는 말 그대로 '파격적 인사'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7년 만에 복귀한 '올드보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당시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술 리더십 재정비가 절실했던 상황에서 핵심 전략으로 평가됐다. 그는 HBM 경쟁력 강화와 파운드리·시스템LSI 정상화 등 중책을 맡으며 전면에 섰다.


'올드보이' 귀환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DS부문은 메모리 사업에서 HBM3E, 고용량 DDR5, LPDDR5x 등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매출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주요 거래선을 확장하며 판매를 늘렸다.


특히 경쟁사에 뒤처졌던 HBM의 기술력을 빠르게 개선했다. 퀄테스트(품질 검증) 이후 2년 간 표류하던 엔비디아향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공급을 확정했고, 차세대 HBM4도 내년 2분기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D램의 경우 SK하이닉스에 내줬던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를 3분기 되찾았다.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테슬라, 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첨단 미세화 공정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전 부회장이 HBM·파운드리 등 핵심 사업의 체질을 재정비하며 실적 회복 기반을 마련해온 만큼 기술 리더십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격화하는 AI 반도체 경쟁에서 러더십을 유지하며 기술 로드맵의 연속성을 더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지금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기술의 본질과 품질의 완성도에 집중해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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