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상선언 채택말라" 압박...남아공, 채택 밀어붙여
회의 둘째날 채택 보통인데, 이번 첫째날 채택 이례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막된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G20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첫날인 22일(현지시간)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을 전격 채택했다. G20 정상회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 마지막 날인 둘째 날 폐막에 앞서 채택하던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0의 남아공 개최를 비판하면서 정상선언 채택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데 대해 오히려 맞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상선언 채택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회의장인 요하네스버그의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만난 취재진에 “회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센서스로 정상선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선언문은 회의 마지막에 채택되지만 정상선언을 첫 번째 의제로 삼아 먼저 채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의장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이어 세션1 회의를 시작하면서 “압도적인 합의와 동의가 이뤄졌다”며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바로 지금 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는 이날 채택된 30페이지, 122개 항으로 이뤄진 ‘G20 남아공 정상선언’을 공개했다. 정상선언문에서 G20 정상들은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 미국 의장국 하에서 협력하고 2027년 영국, 2028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며 2028년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공표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선언문은 이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적응 필요성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야심 찬 목표, 가난한 국가들이 겪는 가혹한 수준의 부채 상환 부담 등 트럼프 대통령의 미 행정부가 꺼리는 이슈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일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G20 정상회의가 남아공에서 개최된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전면 보이콧 방침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월부터 남아공 흑인 정부가 소수 백인들의 사유지를 몰수하는 등 ‘백인 차별정책’을 펼친다고 주장했고, G20 관련 행사에 미 정부 인사들은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이 내년에 G20 의장국이지만, 이번 G20 정상회의에 불참했고, 일각에서 거론되던 J D 밴스 부통령의 참석도 무산됐다. 미국은 남아공 현지의 미 대사관을 통해 “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 전달하며 자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 성명만 수용하겠다고 압박했다.
미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라마포사 대통령은 “한 국가의 지리적 위치나 군사력이 발언권을 결정해선 안 된다”며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국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남아공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강압에 굴복하지 않는다”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미국이 G20 회의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폐막식에서 차기 의장국인 미국에 의장직을 공식 이양하는 행사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남아공 정부가 미국 측이 제시한 ‘대사대리 참석’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외무부는 “대통령이 대사관 하급 직원에게 권한을 넘기지 않을 것임을 통보했다”며 이양식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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