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 발열 급증…액침냉각 도입 속도
정유업계 실증·공급 확대해 시장 선점
高인화점 규제·설비 전환 부담은 여전
GS칼텍스 직원이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에서 액침냉각유를 실증하고 있다. ⓒGS칼텍스
국내 정유사들이 AI 확산으로 급증한 데이터센터 발열 수요를 정조준하며 액침냉각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윤활유 제조 기반을 활용해 냉각유 개발·실증·공급을 동시에 늘리며 새로운 성장축 확보에 나섰다.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 배터리·초급속 충전기 등 고발열 전력기기 전반으로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시장 선점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데이터센터·통신사·클라우드 기업을 대상으로 액침냉각유 실증과 공급을 확대하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액침냉각은 서버나 배터리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열을 낮추는 방식으로, 공랭·수랭 대비 냉각 효율이 높고 소음·먼지 유입·부품 열화 같은 문제를 줄일 수 있어 AI 확산 이후 적용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SK엔무브는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먼저 액침냉각 기술 개발에 뛰어든 회사다. 2022년 미국 GRC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며 시장에 진입한 뒤 데이터센터용 플루이드를 개발했고, 2023년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서 실증을 완료했다.
이후 ESS·전기차 배터리·급속충전기용 냉각유로 적용 분야를 넓혔고, 올해는 LG전자·GRC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해 LG전자 칠러사업장에서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이 액침냉각설비에 담긴 냉각유와 서버를 테스트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상업용 액침냉각유를 출시한 기업이다. PAO·에스터·바이오 기반 등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며 삼성SDS·LG유플러스 등과 데이터센터 실증을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직접액체냉각유 ‘Kixx DLC Fluid PG25’를 내놓으며 서버 고발열 부품의 국소 냉각 시장까지 확보했다. GS건설·SDT와의 협력으로 액침냉각형 데이터센터 설계·시스템 실증도 추진 중이다.
에쓰오일은 고인화점 기반 액침냉각유 ‘e-Cooling Solution’을 출시하고 ESS 중심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투파워와 AI 제어 기반 액침냉각형 ESS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으며, 운용 에너지 절감과 충·방전 효율 개선을 확인한 실증 결과를 토대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배터리 팩 냉각 시스템 개발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인증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4년 GRC ElectroSafe 인증을 획득한 뒤 네이버클라우드와 2028년까지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서울대·데이터빈과 함께 AI 연구시설을 대상으로 한 액침냉각 실증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26년 초부터 기존 공랭식 서버를 액침 방식으로 전환해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액침냉각 방식의 장점. ⓒKixx 홈페이지
국내 정유사들이 액침냉각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에는 시장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깔려 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과 발열이 급증하면서 기존 공랭·수랭 방식만으로는 열 관리가 한계에 직면했고 냉각 비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40%가 냉각에 사용된다고 밝힌 것처럼 냉각 효율 개선은 전력비 절감과 인프라 안정성 확보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서버나 배터리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에 직접 담가 식히는 액침냉각은 높은 냉각 효율과 공간 절감 효과, 소음·먼지 문제 완화 등 기존 냉각 방식이 해결하기 어려운 지점을 한꺼번에 보완하며 차세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정유사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 기반을 그대로 활용해 신성장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선점 효과도 크다.
정유사업은 전동화와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성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엔진오일을 비롯한 윤활유 수요 역시 전기차 확산으로 감소 압력이 커지고 있다. 반면 액침냉각유는 정유사가 이미 보유한 기유·첨가제 기술을 그대로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이며, 데이터센터와 배터리 산업 모두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액침냉각 기술 적용 대표 분야. ⓒSK이노베이션 홈페이지
적용 범위가 데이터센터에 국한되지 않는 점도 정유사들의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액침냉각은 AI 서버뿐 아니라 ESS, 전기차 배터리, 초급속 충전기 등 고발열 전력기기 전반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고, 특히 배터리·ESS는 안전성과 열폭주 억제 측면에서 액침냉각이 주는 효과가 크다.
전기차 충전기나 데이터센터는 설치 면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장비 수명 연장 효과도 기대돼 전력·모빌리티 산업 전반으로 확산 가능성이 열려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액침냉각을 향후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열관리 시장으로 평가한다. 2020년대 중반 수천억원 수준이던 액침냉각 시장이 2030년대에는 수십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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