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논란, 한 가게의 잘못과 한 공간의 가치를 분리해서 볼 때 [김희선의 글로벌 K컬처 이야기⑦]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1.28 14:01  수정 2025.11.28 14:01

얼마 전 광장시장에서 일어난 ‘주문 불일치와 부적절한 응대’ 사건이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분명합니다. 시킨 것과 다른 음식을 내어준 점, 그 이후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던 점, 그리고 초기 상인회의 미숙한 태도까지. 이 모든 것은 소비자 경험을 위협하는 명백한 잘못이며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소비자와 여론의 반응도 싸늘했습니다. 오죽하면 광장시장 전체 매출이 3분의 1토막 나고, 일반 점포들로 구성된 광장시장 총상인회가 노점 위주로 구성된 광장전통시장총상인회를 상대로 연내 3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사건이 단지 한 가게에 대한 비판을 넘어, 광장시장 전체를 향한 불매운동과 집단적 낙인으로 번져가는 흐름을 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명백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문화적 자산에 지나치게 박한 잣대를 들이대며 공간 전체를 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광장시장ⓒ광장시장 공식홈페이지

광장시장은 이미 단순한 로컬 시장의 범주를 넘어섰습니다. K-스트리트 푸드의 원형이 살아 숨 쉬는 곳이자, 한국의 역동적인 ‘K-바이브’가 응축된 글로벌 문화 아이콘입니다. 넷플릭스 등 해외 미디어를 통해 이곳을 ‘성지’로 인지하고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광장시장은 한국 여행의 첫 기억이자 K-컬처의 관문입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하고 무균질한 서비스가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소란과 잡음이 섞인 한국의 날것 그대로의 경험입니다. 전 세계의 찬사가 쏟아지는 이 시점에, 우리는 유독 우리 것에만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겨누고 있습니다.


관광지 시장이 로컬 상권보다 높은 가격, 즉 ‘관광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런던의 버로우 마켓에서는 샌드위치 하나가 웬만한 레스토랑 주메뉴 가격을 상회하고,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 역시 길거리 타파스조차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현금만 받는 불편함, 때로는 무뚝뚝한 응대도 공존합니다. 시키지 않은 빵이 영수증에 포함되거나, 물을 요청하면 기본적으로 큰 용량을 제공하고 높은 가격을 받기도 하며, 별생각 없이 집어 든 반찬이나 커트러리에 비용이 부과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행객들은 그곳이 가진 도시의 역사, 다양한 식재료, 그리고 특유의 활기를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서고 지갑을 엽니다. 친절과 정직은 물론 중요하지만, 비싸다고 모두 외면하지도 않고, 불편하다고 일제히 매도하지도 않습니다. 시장은 ‘완벽해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도시의 불완전한 숨결까지 담아내는 생태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유독 우리 시장의 불완전함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세계적인 명소라면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완벽주의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명백한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것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상인회는 더 전문적이고 투명한 관리 시스템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즉시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특정 업소의 문제를 곧 시장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해 ‘조리돌림’에 가까운 집단적 낙인을 찍고 도시 브랜드 자산을 소모시키는 방식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것에 지나치게 관대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엄격하고 박할 필요도 없습니다. K-컬처의 글로벌 파워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시선입니다. 우리가 세계의 명소들을 바라보듯, 광장시장이 가진 장점과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개인의 잘못과 공간의 가치를 분리해 판단하는 성숙함입니다. 상인회와 지자체, 관광청이 협력해 표준화된 서비스 가이드라인과 다국어 안내 체계를 마련하는 등 지속 가능한 관리 모델을 구축한다면, 이번 사건은 오히려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광장시장은 한국의 ‘K-바이브’를 체감하는 살아 있는 무대인 만큼, 한 번의 잡음이 그 무대를 훼손하지 않도록 더 나은 방향으로 다듬어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시장의 맥박을 건강하게 지켜내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도시의 품격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김희선 Team8 Partner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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