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순당, 술복합문화공간 ‘박봉담’ 통해 새로운 술문화 소개
우리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재구성
우리술의 역사 체험하는 ‘박봉담 헤리티지 투어’ 등도 마련
박봉담 외관 모습ⓒ국순당
“전통주를 일상화 하는 곳.”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세월의 질감이 느껴졌다. 벽면의 거친 표면, 노출된 구조물, 오래된 골조가 남긴 흔적이 공간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지나온 시간을 지우기보다 품어 안은 리노베이션 방식은 오히려 현대적인 감각을 더 선명하게 살렸다.
카페 내부는 마치 작은 갤러리와 같았다. 절제된 조명과, 여백을 살린 동선은 방문객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양철과 콘크리트가 어우러진 단정한 분위기 속에서 반듯한 가구들이 균형감을 더했고, 햇살을 품은 통창은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으로 계절의 변화까지 담아냈다.
이곳의 정체성은 메뉴에서도 이어졌다. 유리 너머로 직원들이 술빵을 쪄내는 모습이 보였고, 한켠에는 양조장 시절의 상징인 양조 탱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막걸리 반죽으로 만든 ‘술빵’과 팜업 재배 채소로 만든 샐러드·샌드위치 등, 양조장의 색을 담은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국순당이 운영하는 술문화복합공간 ‘박봉담’의 이야기다. 박봉담은 옛 국순당 화성양조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국순당 연구소, 수제 양조장, 박봉담키친, 박봉담보틀샵, 스마트팜 등을 갖추고 우리 술의 현재와 미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토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순당 화성양조장은 1986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나라 전통주 역사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양조장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을 개척한 국순당 백세주가 탄생했고, 우리나라 최초 캔막걸리 ‘바이오탁’, ‘국순당 쌀막걸리’ 등이 생산됐다.
‘박봉담’의 이름은 ‘봉담에 위치한 공원(park)’을 한국식으로 표현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공원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박봉담’으로 정했다. 전체 대지면적 1만3200㎡(약 4000평), 연면적 8000㎡(약 2400평) 규모를 자랑한다.
박봉담 양조장에서 제조된 막걸리와 맥주 이미지ⓒ국순당
◇ 박봉담 본동, 먹고 마시고 체험하는 ‘올인원’ 공간으로 거듭
지난달 27일 기자는 술복합문화공간인 ‘박봉담’을 찾았다. 서울에서 한 시간 가량 달려 과천봉담고속화도로 천천IC를 빠져나와 5분여를 더 이동하자, 박봉담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에 들어서자 깨끗한 공기와 함께 은은한 막걸리 향이 먼저 반겼다.
화성은 수도권 남부권에서 문화·여가 거점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서울 도심까지 차량으로 40~50분, 수원·동탄 등 대규모 배후도시와는 20분 내외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를 비롯한 광역 교통망과 맞닿아 있어 주말 방문객 유입에도 유리하다.
그동안 국순당은 우리 술의 대중화를 꾀하는 동시에 전통주 문화를 알리기 위해 ‘백세주마을’을 운영해 왔다. 이번 공간은 그 연장선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아우르며 막걸리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확장한 문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순당 관계자는 “박봉담에는 다양하고 특별한 술과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과 소비자가 직접 맛볼 수 있는 체험 공간 등 술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준비돼 있다”며 “박봉담에서 술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직접 소통하며 경험해 보시길 권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박봉담 헤리티지 투어를 통해 자연을 담은 양조, 민족 고유의 술 문화 복원을 외치던 국순당의 그 시절의 신념과 철학을 공유하고 우리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봉담 키친에서 판매되는 메뉴들의 모습.ⓒ임유정 기자
주차장을 지나 계단을 타고 올라서자 널찍한 두 개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박봉담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자연을 건물 안으로 끌어안은 설계다. 중앙 천장을 과감하게 터 나무를 심었고, 방문객이 실내에서도 비가 내리고 눈이 쏟아지는 풍경을 그대로 마주하도록 했다.
기자는 가장 먼저 좌측에 위치한 ‘박봉담 본동’을 둘러봤다. 이곳은 박봉담 키친, 박봉담 양조장, 박봉담 보틀샵, 테이스팅 룸 등으로 구성됐다. 1~2층으로 구성된 박봉담키친은 자연의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에서 맛과 멋을 느낄수 있도록 꾸며졌다.
총 200석 규모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는 전통주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박봉담양조장의 막걸리로 만든 술빵과 막걸리효모로 만든 발효종 빵이다. 디저트 ‘신흥 강자’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알콜 막걸리 아이스크림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
박봉담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막걸리와 맥주도 있다. 그 중에서도 ‘박봉담막걸리’는 국순당 연구소가 최적의 향을 만들기 위해 ‘아로마 발효기술’로 빚은 프리미엄 생막걸리다. 연구소 관계자들은 이 막걸리를 ‘화양연화’라고 부를 만큼 최상의 향미를 낸다.
본동 2층 한 켠에는 ‘박봉담 테이스팅룸’도 마련됐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술과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종합해 다시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곳이다. 향후 박봉담양조장에서 개발한 전통주와 K맥주 등을 비교 시음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 곳에 있는 술 대부분이 1층 양조장에서 만들어진다. 수제양조를 담당하는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소규모 양조장이다. 박봉담에 위치한 국순당 연구소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획 개발하고, 연구원이 직접 참여해 술을 빚는다.
새롭고 개성 있는 술 개발을 추진해 현재 수제 생백세주와 수제막걸리, 지역 원료와 한국적 감성을 담아낸 K수제맥주 및 무알코올 막걸리, 논알코올 맥주 등 총 13종의 독창적이고 다양한 술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증류식 소주까지 계획 중이다.
스마트팜 '팜업'에서 재배되고 있는 버터헤드레터스의 모습.ⓒ임유정 기자
◇ 보틀샵부터 도슨트까지…체험형 콘텐츠도 ‘듬뿍’
박봉담은 다양한 주류를 취향에 따라 골라 담을 수 있는 보틀샵도 갖추고 있었다. 1층 정중앙에 위치한 보틀샵에서는 국순당이 만든 술 뿐만 아니라 그랑 크뤼 와인과 컬트와인 등 국순당이 선택한 800여 좋은 술 브랜드를 소개한다. 취향에 맞는 술을 맛보고 사갈 수도 있는 것이다.
홍기준 국순당 공간마케팅 팀장은 “처음에 와인 비중을 80%이상 뒀는데 이곳에 방문한 소비자들 90% 이상을 국순당의 술을 사가더라”며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 주말에는 1000명 이상 다녀가는데, 운전하는 분들을 위해 논알콜 음료 등도 골고루 비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품의 라벨은 다양한 주종 확장을 고려한 박봉담양조장 만의 유연한 라벨 디자인 시스템을 적용했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양조장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반영해, 본질에 집중하면서도 확장 가능성에 최적화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종, 주원료 및 부원료, 제조방법, 출시 순서 등을 점·선·면 요소를 활용한 전통 문양 디자인으로 개발했다”며 “라벨만 읽어도 술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어 다양한 박봉담 제품 중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술을 직관적으로 선택 가능하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박봉담은 공간 곳곳에서 방문객과의 소통을 고려한 배려가 돋보였다. 전시와 공간의 맥락을 설명하는 오디오 도슨트를 제공하고, 스탬프 체험 요소를 마련해 참여도를 높였다. 공간마다 도슨트를 듣고 도장을 찍으면 국순당의 캐릭터 ‘누룩이’ 이미지가 완성되도록 했다.
투어는 참가자가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산책하듯이 과거 양조장의 술과 누룩의 제조 과정을 중심으로 박봉담 외부에서 시작해 1층과 2층을 거치면서 국순당 양조장의 과거를 돌아보고 우리술의 역사를 체험하게 한다.
예전 양조장의 제조실이 있던 핵심포인트는 오디오 도슨트를 통해 그 시설이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담당했던 역할과 과거 공간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스토리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국순당 임직원들의 목소리로 공간에 대한 설명을 담아 진솔한 감동을 선사한다.
박봉담 본동을 빠져나와 좌측 건물을 향하자 스마트팜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계열사인 팜업에서 운영한다. 여기서 생산한 신선 채소는 박봉담키친의 샐러드 재료로 공급된다. 근접공간에 위치해 물류비용 절감 등 탄소절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박민서 국순당 마케팅 팀장은 “국순당은 술도 하나의 음식으로 여긴다”며 “좋은 음식이 우수한 원재료에서 시작되듯 좋은 술도 품질 높은 재료에서 시작된다. 이런 믿음으로 양조전용쌀 ‘설갱미’를 개발했고, 스마트팜 사업으로 확장됐다”고 말했다.
신우창 국순당 연구소장은 “막걸리를 일상에서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가까이에서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제품에 바로바로 반영하고 있다”며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술 하면 소주였지만, 최근에는 막걸리가 떠오를 정도로 인식이 달라져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옥수수, 깻잎 등 다양한 한국식 재료를 활용한 신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공간의 의식을 바꾼다 라고 생각한다. 화성 박봉담 시작으로 횡성으로 까지 넓혀가는 게 장기적인 목표이자 꿈”이라고 덧붙였다.
박봉담 테이스팅룸의 모습 ⓒ국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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