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숨 고르기…1년 전 대비 증가율 급락
반면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은 불어나
대출 금리 높은데 서민 이자 부담 커질듯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11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68조134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0.2%(1조5136억원) 증가했다.ⓒ각 사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격히 꺾였다. 연말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와 시장금리 불안이 겹치면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둔화된 반면 신용대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풍선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투자나 기존 한도 확보를 위해 신용대출로 대거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11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68조134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0.2%(1조5136억원)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담대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는 점이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11조2857억원으로 한 달 사이 0.1% 증가에 그쳤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 말 대비 5.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사실상 멈춘 수준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연말까지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총량 관리 의지를 보이고, 은행들이 이에 발맞춰 대출 문턱을 높이고 한도를 축소한 영향이 크다.
반면 신용대출은 이를 뛰어넘는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0.8%(8315억원) 늘어나며 주담대 증가분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1.4% 늘어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의 대부분은 최근 몇 달 사이 확대된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를 견인한 것은 마이너스 통장이다.
주담대를 받기 어려워진 차주들이 미리 확보해 둔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활용하거나, 향후 대출 규제 강화에 대비해 투자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찾은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주담대 제약을 강화하자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리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은 통상 주담대보다 금리가 높고 만기가 짧다.
따라서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시장금리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출 금리는 더욱 오름세다.
이들 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이달 들어 하단이 4%대로 집계됐다. 은행채 금리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한 달 새 금리 하단과 상단이 각각 0.3%포인트 이상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필요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받았더라도, 향후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와 금리 불안으로 가계대출의 총량 증가는 막을 수 있지만,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높아진 금리와 문턱으로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 목표치 관리를 위해 주담대 심사가 엄격해지고, 고액 대출의 경우 사실상 취급이 어려워졌다"며 "실수요자들마저 높아진 금리와 심사 기준에 막혀 대출을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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