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문화재단이 평화의 소 유골함을 통진두레문화센터에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시실로 옮기고 있다.ⓒ 김포문화재단 제공
홍수 때 북에서 떠내려 온 '평화의 소'가 세상을 떠난 지 약 20년 만에 고향 북녘 땅이 보이는 김포 애기봉에 안치됐다.
김포문화재단은 지난달 29일 평화의 소 유골함을 통진두레문화센터에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시실로 옮기고 전시장을 열었다고 3일 밝혔다.
전시장 창밖으로는 1996년 평화의 소가 처음 발견된 김포 무인도 유도(留島)는 물론 애기봉에서 1.4㎞ 거리에 있는 북한 개풍군의 풍경도 조망할 수 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통진두레놀이보존회는 유골함 이전에 앞서 지난달 27일 애기봉 인근에서 노제를 지내며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고 소의 넋을 기렸다.
김포시장을 지낸 강경구 통진두레놀이보존회장은 "평화의 소가 고향 땅을 볼 수 있도록 유골함을 애기봉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오래전부터 추진했는데 마침 공간이 생겨 안치 장소를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평화의 소는 1996년 7월 대홍수 당시 북에서 떠내려와 김포 무인도 유도에서 발견됐다.
남북중립지역이어서 곧바로 구조를 못 하다가 국방부와 유엔사 정전위원회 허가를 얻어 1997년 1월 해병대 청룡부대가 작전명 '부엉이'를 수행하며 이 소를 뭍으로 구출했다.
지뢰를 밟아 왼쪽 발목이 부러진 상태였지만 치료를 받고 호전됐고, 이듬해에는 제주도 암소를 '남한 신부'로 맞이해 혼례도 치렀다.
유도 황소는 '평화의 소'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제주 암소는 '통일염원의 소'로 불렸다.
아내 소와 함께 7마리의 새끼를 낳은 평화의 소는 2006년 16살의 나이에 자연사 했다.
평화의 소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 핏줄은 8대에 걸쳐 인천과 제주 등지의 농가에서 사육돼 왔다.
최근에는 통진두레놀이보존회가 농경 전통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4월 평화의 소 후손인 1년생 암송아지 1마리를 인수해 김포 하성면 농가에 사육을 의뢰했다.
강경구 통진두레놀이보존회장은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진 평화의 소가 비록 통일을 맞이하진 못했지만 애기봉 하늘 위에 지지 않는 큰 별이 돼 못다 한 평화의 전도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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