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의회 폭거 맞서기 위한 계엄"
지지층 결집 후 확장 의도 해석도
당내 소장·개혁파 기자회견 열고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 규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청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은 날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았다. 계엄 사태에 대해 따로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당 내 소장·개혁파들은 "장 대표가 정치 극단화를 해결하려는 의사가 없는 것"이라며 "그게 오늘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규정했다.
장동혁 대표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냈다.
장 대표는 "이제 어둠의 1년이 지나고 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이 바로 그 신호탄"이라며 "2024년 12월 3일부터 시작된 내란 몰이가 2025년 12월 3일 막을 내렸다"고 선언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새벽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청구된 추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장 대표는 "보수정치를 새롭게 설계하겠다. 한길만 가는 것이 아니라, 옳은 길을 선택하겠다"며 당 안팎에서 나오는 혁신 요구에 대해선 "혁신의 형식화를 거부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혁신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라며 "국민은 말이 아니라 변화를 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벽을 세우기보다 벽을 눕혀 다리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당 지지율 침체 원인으로는 '언어의 부재'를 꼽았다. 장 대표는 "보수정치가 외면받는 이유는 핵심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 아닌 보수가 지켜온 진정한 가치를 시대에 맞는 언어로 국민께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여의도의 언어가 아니라 국민의 언어로 소통하는 정치, 진심으로 다가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께 인정받는 새로운 보수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장 대표의 메시지를 일종의 '굳히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현 정부의 대선 승리 이후 1년 안팎에 치러지는 전국 선거다. 지도부가 외연 확장보다 보수 지지층 결집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장 대표와 별개로 당의 혁신을 약속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도부가 사과하지 않는다면 의원들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소장파·개혁파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전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우리는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으면서 비상계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동안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사과문에는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죄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재창당 수준의 정당혁신이 담겼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이어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격은 추락하고, 우리 국민은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며 "당시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당시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와 줄탄핵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웠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는 현실이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의 틀 내에서 정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불법적인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그리고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받들지 못한 우리들의 과오를 반성하겠다"며 "국민께 사죄드리면서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국민 앞에 드린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제 우리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용기 있는 단절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 우리의 앞날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으로 30년 동안 국방부 한 곳만 출입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맞아 지난 정부 여당 의원으로서 무거운 반성과 책임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1년 전 오늘 군 최고통수권자와 일부 군 수뇌부의 잘못된 판단이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남겼고, 무엇보다 군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며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과 장병 여러분께 반성과 참회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민주당 책임론'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입법폭주와 줄탄핵이 계엄이라는 극단적이고 불법적인 사태를 초래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하더라도, 군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킨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집권여당 국방위원으로서 상황이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 계엄의 정황을 사전에 알지도 못했고, 일이 벌어진 뒤에도 더 단호하게 움직이지 못했던 나 역시 이 잘못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반성했다.
소장·개혁파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계엄은 극단적인 선택이었고, 1년 전 정치의 극단화가 원인 중의 하나였는데 1년이 흐른 지금 아직도 정치 극단화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오늘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메시지가 나가면 민주당과 정부가 또 국민의힘을 공격할 빌미를 주는 것"이라며 "그걸 발판 삼아 '윤 어게인'이라는 강성 지지층들을 기반으로 민주당과 정부를 때릴 수 있다. 양 정당이 극단적인 정치를 계속해오고 있는 것 같아서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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