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종영한 KBS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을 비롯해 10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 이어 티빙 ‘친애하는 X’, 공개 앞둔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까지. 사이코패스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언급한 작품들은 모두 여성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범죄 드라마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로 잔혹한 가해자로 사이코패스를 표현했던 기존의 범죄 드라마와는 다른 메시지가 도출되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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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새롭게 사이코패스를 풀어낸 작품은 ‘다 이루어질지니’다. 이 드라마는 감정 결여 인간인 사이코패스 가영(수지 분)이 주인공이지만,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천여 년 만에 깨어난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 분)가 가영(수지 분)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 휴머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드라마에서 가영은 사이코패스라는 이유로 엄마에게 버려지지만, 할머니와 동네 사람들의 애정을 바탕 삼아 좋은 어른으로 자란다. 남들과는 다르게 세상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가영은 할머니의 맞춤형 교육에 힘입어 친구를 사귀고, 또 지니와 로맨스도 싹 틔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어른 또는 시스템의 역할에 대해 곱씹어보게도 된다.
지난 9월 종영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과 12월 4일 마지막 회까지 모두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는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사이코패스가 돼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렸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의 정이신(고현정 분)은 잔혹한 연쇄살인마로 표현되고, 이에 형사인 아들 차수열(장동윤 분)에게도 모성애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부 정이신이 아버지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었다. ‘친애하는 X’의 백아진(김유정 분) 역시도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며 고통받은 인물로, 아버지를 살해하며 스스로 족쇄를 끊어낸 뒤, 주변인들을 교묘하게 휘두르기 시작한다.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던 두 사이코패스의 서사는 여느 범죄 드라마와는 달리, 마냥 분노할 수만은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백아진을 연기한 김유정 또한 마냥 잔혹한 악역이 아닌 “이 아이를 응원할 수 있는가, 돌을 던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백아진을 지지한다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격적으로 성장할 때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방향으로 연기했다”라고 설명했었다.
물론 김유정이 “무조건적으로 박아진을 지지하는 건 아니”라고 말을 한 것처럼, 범죄를 저지른 악역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과정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는 필요하다.
최근 SBS '괴물의 시간'에서는 연쇄살인마 이춘재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마치 스릴러 영화처럼 그의 연대기를 전달했는데, 이때 일부 시청자들은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자칫 이 같은 전달법이 연쇄살인마를 미화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어 가상의 드라마보다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다만 그럼에도 최근 이뤄지는 색다른 시도들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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