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엔비디아' 준비하는 삼성·SK…조직개편이 드러낸 '새 질서'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12.08 13:06  수정 2025.12.08 13:07

빅테크의 자체 칩 확산…메모리 시장 '큰손' 바뀔 가능성

삼성·SK, 조직개편으로 대응…미래 전략은 미묘한 차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와 HBM3E 실물이 전시돼있다.ⓒ연합뉴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연이어 인공지능(AI) 자체 칩을 선보이면서,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의 단일 수요 축이 주문형 반도체(ASIC)가 포함된 다극 체제로 이동하는 전환점을 맞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양사 모두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힘을 싣는 모습이지만, 미래를 향한 대응 방식은 서로 다른 궤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업체들은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를 비롯해 아마존·MS 등 빅테크의 ASIC 출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ASIC이 엔비디아 GPU 못지않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를 유발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ASIC의 전년 대비 성장률을 44.6%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GPU(16.1%)를 크게 앞지른 평가다. 이는 HBM의 '큰손'이 엔비디아에서 빅테크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조직개편에 나선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 방식은 조금씩 갈라진다. 같은 전환기 앞에 각기 다른 길을 택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D램·낸드 개발을 총괄하는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메모리 사업부 산하에 신설했다. D램과 낸드 개발을 통합하면서 지난해 7월 신설된 HBM 개발팀은 D램 개발실 산하 설계팀 조직으로 재편됐다. HBM을 포함, 범용 D램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HBM 전담 기술조직을 신설하고, 패키징 수율·품질을 총괄하는 조직까지 구축하며 HBM을 사실상 별도의 산업군으로 분류하는 HBM 특화 조직 체계를 완성했다. 미국에 '글로벌 인프라' 조직까지 신설하며 의사결정권까지 전진 배치했다. 고객 요구에 더욱 밀착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양사의 이같은 대응은 HBM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성장 곡선을 타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삼성전자는 '통합'과 '포트폴리오 유연성'으로 전반적인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고, SK하이닉스는 '전문화'와 '고객밀착형 대응'으로 고마진 중심의 구조 최적화를 택하고 있다.


결국 두 회사의 '조직도'는 지금 당장의 실적이 아니라 향후 어느 제품·어느 고객·어느 공정에서 미래의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선언문의 성격을 가진다.


ASIC의 등장과 함께 재편되고 있는 AI 칩 시장의 미래는 단순한 생산능력 뿐 아니라, 고객의 알고리즘을 얼마나 더 깊이 이해하느냐로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조직개편 전략에 미묘한 차이를 보인 점도 이 때문이다.


시선은 양사의 신규 공장 가동과 차세대 공정, 빅테크의 AI칩 양산이 맞물리는 시점으로 점쳐지는 2026~2027년으로 향한다. 두 전략의 성과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날 시점이다. 업계는 AI 시대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의 판도가 크게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엔비디아 뿐 아니라 다양한 고객들이 시장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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