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식 '기술 우선' 인사 기조 본격화
SDV·자율주행 경쟁력 강화 위한 조직 쇄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일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의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연구개발(R&D) 조직 수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인적·조직 쇄신'에 나섰다. 경쟁사 대비 SDV·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현대차그룹이 기술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리빌딩'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12일 현대차·기아 R&D본부에 따르면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사장)은 올해 사장단 인사를 통해 퇴임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만프레드 하러 R&D본부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하러 부사장을 영입해 R&D본부 산하에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을 신설하고 책임자로 임명한 바 있다. 그는 1997년부터 아우디, BMW, 포르쉐 등에서 섀시 기술 개발을 비롯해 전장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총괄 등을 두루 경험한 차량 개발 전문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R&D DNA 자체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재정비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해 그룹 사상 최초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구개발 조직을 SW와 HW 부문으로 분리하고 각각 양 사장과 송창현 AVP(첨단차플랫폼)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투트랙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송 사장이 지난 4일 사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양 사장까지 용퇴 수순에 들어가면서 R&D 양축이 모두 교체되는 상황이 됐다.
이번 R&D 조직 개편은 기술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4일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등을 지난 4일 전격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재 현대차는 경쟁사에 비해 SDV·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R&D 분야에 3조원 이상 투입해 왔으며, 향후 5년간 미래 신사업에 50조원 이상, R&D에 38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역대급 투자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 5일 기아 8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조금 늦은 편"이라고 기술 격차를 공개 인정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테슬라는 '레벨2+' 수준의 FSD(풀 셀프 드라이빙) 기능을 국내에 도입했고, GM 역시 특정 구간에서 핸즈오프 주행이 가능한 '수퍼 크루즈'를 선보였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높은 기술 완성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핸즈오프 기능 도입을 미뤄왔다.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의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경고음이 울리는 레벨2.5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중순까지 SDV 페이스카를 공개하고 2027년 말 레벨2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2028년에는 레벨3 완성형 자율주행차를 출시하는 게 목표다.
정 회장은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인 만큼 안전 쪽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 "저희가 과거 많은 굴곡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이라고 얘기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저희는 계속 도전하면서 (김철호) 기아 창업주님과 정몽구 명예회장님이 가지고 계셨던 생각을 이어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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