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전기본 여야 합의 위해 해넘겨 결정
부지 선정 절차 등 진행 사항 멈출 가능성
정책 변경될 경우 나쁜 선례 될 수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제2차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에너지 정책의 신뢰성에 금을 가게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적용기간 2026~2040년) 첫 총괄위원회 모두 발언을 통해 "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은 국민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거쳐 조기에 결론을 내리고 12차 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차 전기본(2024~2038년)은 2037~2038년 도입을 목표로 설비용량 1.4GW급 대형 원전 건설 계획을 담고 있다. 2024년 확정돼야 했지만 원전 건설 호기 수에 대한 긴 논쟁 끝에 여야 합의와 국가적 논의를 거쳐 올해 초 확정됐다.
하지만 장관의 발언으로 여야 합의와 국가적 논의를 거쳐 확정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재검토한다는 것이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이는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다. 특히 막대한 자본과 10년 이상의 건설 기간이 소요되는 원자력 발전소 사업은 더욱 그렇다.
정부는 지난해 제11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경제성, 환경성, 수급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규 원전 건설을 확정하고 내년 9월 확정을 목표로 관련 부지 선정과 사업자 지정 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는 원전 재가동과 신규 건설을 통해 2030년대 이후 전력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고 '무탄소 전원'으로서의 원전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국가적인 약속이었다.
하지만 장관의 재검토 발언으로 진행되온 일들이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공청회는 국민의 의견을 듣는 중요한 절차임은 분명하지만 이미 합의된 국가 계획을 재확정하거나 뒤집는 용도로 활용 돼서는 안된다.
공청회를 통해 정책의 방향 자체를 재논의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상황이나 여론의 일시적 변화에 따라 국가 중요한 인프라 계획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장관의 공청회 발언은 정치적 숙의 과정과 합의를 무시하고 행정 편의 또는 특정 세력의 입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의혹을 키울 수 있다.
김 장관과 기후부는 이미 국가적으로 합의된 로드맵을 존중해야 한다. 공청회는 신규 원전 사업의 세부적인 이행 방식과 지역 주민과의 상생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장이 돼야지 사업의 존폐를 다투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
전력 정책의 표류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고 확정된 전기본에 따라 일관성 있는 에너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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