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대통령 지시에 폐기됐던 전세사기 특별법 토대로 검토
“전세사기에만 정부 개입”…보이스피싱·다단계와 형평성 논란
LH 경·공매도 활발한데…선구제 기준 마련도 어려워
ⓒ데일리안 DB
전 정권에서 무산됐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先)구제 후(後)회수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며 제도 검토를 지시하면서다.
다만 다른 사기 사건과의 형평성 논란, 선구제를 위한 기준 설정의 어려움 등이 문제로 꼽혀 제도 실행력이 뒷받침되긴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회복을 위해 선구제 후회수를 실시하는 방식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지난 12일 이 대통령은 국토부 업무보고 중 “정부에서 선지급하고 구상은 정부가 하는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내고 통과도 됐는데 이전 정부에서 거부당했다”며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인데 약속은 지켜야 한다. 준비해서 별도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선구제 후회수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공공이 일정 수준 먼저 보상하고 후에 임대인에 대한 구상권 청구나 전세사기 주택 경·공매를 통해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5월 21대 국회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국토부에선 폐기됐던 해당 법안 내용을 토대로 제도화 방안에 대한 검토를 나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평가해 주택도시기금으로 매입한 뒤 최우선변제금 수준 이상의 보증금 일부를 지급하고 향후 전세사기 주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해당 내용 법제화될 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단계나 보이스피싱과 달리 전세사기에만 정부가 직접 개입한다는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데에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형평성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으로 전락한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한 평가 기준을 세우는 것이 어려워 제도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컸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선구제 방안이 도입되더라도 피해 금액 전액을 보상해줄 수는 없다”며 “특히 기금 투입 후 회수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공매를 통해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하고 경매차익(감정가-낙찰가)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매입한 주택은 공공임대로 최대 10년까지 거주 가능하고 퇴거 시 경매차익을 보증금으로 전환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미 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활발히 매입하고 있는 상황에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 국토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구제 후회수 대안으로 여야가 합의해 경매차익을 활용하는 방안이 시행됐다”며 “이미 1년 넘게 경·공매가 시행돼 해당 주택의 피해자들은 선구제 대상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해당 내용을 포함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과거 폐기됐던 법안을 토대로 실제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와 현실적인 대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자금 배분의 우선순위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구제 후회수 시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실무부서에서 이 같은 원칙을 어기고서라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 이에 따른 기회비용까지도 제대로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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