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반도체(ASIC) 수요로 엔비디아 중심 체제 균열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아우르는 통합 능력 중요해져
종합반도체기업(IDM)에 기회…'턴키 솔루션' 매력적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전경. ⓒ삼성전자
주문형 반도체(ASIC)의 새로운 수요가 엔비디아 중심의 단일체제에 균열을 내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쏠렸던 중심축이 고객 맞춤형 칩으로 이동하면서, 시장은 기존 틀을 깬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메모리·시스템반도체·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통합 능력이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종합적으로 겸비한 삼성전자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중심으로 흘러가던 AI 반도체 시장의 변화는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브로드컴은 최근 발표한 4분기 실적에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특히 AI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 급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업계는 이를 놓고, 고객 맞춤형 ASIC 수요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브로드컴은 구글의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설계를 맡으며 ASIC 시장 확대의 중심에 서 있다. AI 가속기의 '혈관'으로 불리는 네트워크 스위치 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AI 시장 내 연산과 연결에서 모두 역량을 증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의 대항마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할 것은 시장이 반도체 기업에 요구하는 능력 역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공정의 안정성은 물론이고,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그리고 패키징까지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의 시선이 삼성전자로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급 능력,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동시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에 꼽힌다. 오랜 기간 IDM 체제를 유지해 온 삼성전자가 AI용 ASIC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말 사이 미국을 찾아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빅테크 수장들과 잇따라 회동한 점도 시장의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 회장은 HBM 등 AI 메모리 공급은 물론 파운드리 협력 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MD가 칩 생산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AMD는 이미 삼성전자로부터 HBM를 공급받고 있다. 차세대 AI 가속기에 삼성전자의 HBM4 탑재가 가시적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을 대상으로 한 HBM3E 12단 제품 공급 비중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납품 물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몇 안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공정 효율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이점이 큰 '일괄 수주(턴키)'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영역을 넘나드는 역량을 요구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통합 솔루션은 가치가 더욱 명확해진다.
이종환 상명대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AI 반도체 시장은 이제 단일 칩 경쟁이 아니다. 메모리부터 패키징까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느냐가 정말 중요해졌다"면서 "IDM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유리한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