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저비용·고성능 대기 오염물질 감지 센서 개발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12.17 13:53  수정 2025.12.17 13:53

귀금속 촉매 없이도 감지 성능 100배 향상

(왼쪽부터)GIST 신소재공학과 이상한 교수·박준철 박사, KENTECH 에너지공학부 오명환 교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승규 박사.ⓒ광주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이상한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백금, 금 등 값비싼 귀금속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산화질소를 매우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가스센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센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사용돼 온 기존 방식의 한계를 넘어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도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금속산화물 가스센서는 공기 중 특정 기체가 센서 표면과 반응할 때 나타나는 전기적 변화를 감지해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한다.


그동안 널리 사용돼 온 텅스텐산화물(WO3) 센서는 구조가 안정적이지만 반응이 느리고 민감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센서 표면에 반응을 도와주는 물질, 즉 촉매를 추가하는 방식이 활용돼 왔으며 주로 금(Au)·백금(Pt)·팔라듐(Pd)과 같은 귀금속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귀금속 촉매는 가격이 높고 수급이 불안정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값이 싸고 자연계에 풍부한 원소인 황(S)을 활용해 센서 표면이 가스에 더 잘 반응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촉매 구조를 구현했다.


황(S)을 텅스텐산화물(WO3)에 도입하면 기본적인 결정 구조는 유지되면서도 센서 표면에 미세한 빈자리가 늘어나 이산화질소(NO2)가 더 쉽게 붙고, 반응이 끝난 뒤에는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센서는 아주 적은 양의 이산화질소도 빠르게 감지하고,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측정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특성은 제조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대량 생산과 센서 소형화에도 유리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텅스텐산화물(WO3) 표면에 황(S)을 도입함으로써 가스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소 공극을 눈에 띄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산소 공극이 많아지면 센서 표면이 가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아주 적은 양의 이산화질소도 빠르게 감지할 수 있고, 반응이 끝난 뒤에는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속도도 한층 빨라진다.


연구팀은 전자에너지손실분광(EELS), X선 광전자분광(XPS), 적외선분광(IR)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을 활용해 황(S) 기반 촉매 설계가 실제로 센서 표면 특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정밀하게 확인했다.


그 결과 황(S)을 적용한 텅스텐산화물(WO3)에서는 산소 공극이 뚜렷하게 늘어났으며 이러한 구조 변화가 센서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실제 센서 시험에서 이 센서는 150℃ 환경에서 공기 100만 분자 중 5개 정도에 해당하는 5ppm 농도의 이산화질소(NO2)를 측정할 수 있었고 기존 대비 약 100배 향상된 반응 성능을 보였다.


또 센서가 구별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농도는 공기 10억 분자 중 50개 정도에 해당하는 50 ppb 수준으로, 아주 적은 양의 오염물질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는 금(Au)·백금(Pt)·팔라듐(Pd) 등 귀금속 촉매를 사용한 텅스텐산화물(WO3) 센서와 비교해도 동등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한 수준이다.


또 황(S) 기반 텅스텐산화물(WO3) 센서는 반응 후 회복 속도가 빠르고 감지 대상이 분명하다는 점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이산화질소(NO2)에 노출된 뒤 약 2분 만에 초기 상태로 돌아올 정도로 회복이 빨라 연속 측정에도 적합하다.


아울러 아세톤·에탄올·일산화탄소(CO)·황화수소(H2S)·암모니아(NH3) 등 실제 환경에서 함께 존재할 수 있는 다른 기체들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고, 이산화질소에만 민감하게 반응해 측정 신뢰성을 크게 높였다.


고온 조건에서도 습도 변화의 영향을 적게 받아,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도시 대기질을 상시로 관측하는 장비부터 산업 현장의 유해가스 감지 시스템, 공기청정기와 환기 장치용 센서, 웨어러블 환경 감지 기기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황 기반 센서 표면 조절 방식은 텅스텐산화물(WO3)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금속산화물 가스센서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이라며 “성능은 유지하면서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어 대기오염 감시 기기의 실질적인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평가 지표인 JCR(저널 인용 보고서) 기준 ‘측정 기기 및 계측 기술’ 분야 상위 1.9%에 해당하는 국제학술지‘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에 온라인으로 게재됐으며 내년 1월 15일 발간되는 인쇄본(447호)에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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