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가처분 기각…영풍·MBK "우려 여전" 고려아연 "현명한 판단" (종합)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2.24 15:03  수정 2025.12.24 19:03

영풍·MBK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두고 경영권 방어 수단 주장

법원 가처분 기각으로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투자 구조 유지

양측 입장 엇갈린 채 내년 주총 앞두고 경영권 분쟁 지속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투자와 연계된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법원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영풍·MBK파트너스는 해당 유상증자가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정상적인 투자라는 입장을 유지한 채 사업을 이어가게 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날 영풍·MBK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양측에 결정문을 송달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2조8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투자는 미국 정부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하며 '신뢰 가능하고 안정적인 핵심광물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합법적·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등과 함께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약 11조원을 투자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이어가게 됐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 착공해 2029년부터 순차 가동한다. 핵심 광물 11종을 포함한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합작법인 ‘크루서블 JV’를 통해 추진되며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미국 측은 고려아연 지분 약 10.59%를 확보하게 된다. 미국의 정부·기업과 JV를 세워 투자하는 방식으로, JV의 최대주주(지분 40.1%)는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다. 고려아연이 이 JV에 고려아연 지분 10%를 제3자 배정 유증을 통해 넘기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번 가처분 기각으로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에 참여하면 고려아연이 '미국의 안보 자산'으로 분류돼 영풍·MBK 측이 시도하고 있는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는 최윤범 회장 측이 내년 초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와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이 계획대로 26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고 신주 220만9716주를 발행하면, 의결권 기준 지분 구도도 크게 달라진다. 유상증자 이후 영풍·MBK 측 지분은 43.42%로 낮아지는 반면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은 18.76%로 상승한다. 여기에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8.15%), 미국 JV(11.21%), LG화학(1.99%) 등 합산하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총 45.53%에 이르게 돼 영풍·MBK 측 지분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이사 임기 만료를 계기로 이사회 추가 진입을 노려온 영풍·MBK 측의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이사 11명, 영풍·MBK 측 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법원 판단에 대해 영풍·MBK는 "법원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절차를 통해 제기됐던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투자 계약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 그리고 고려아연이 중장기적으로 부담하게 될 재무적·경영적 위험 요소들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건설 프로젝트가 미국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윈윈’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며 "고려아연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건설적이고 지속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해외 전략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이사회와 최대주주로부터 지속적인 신뢰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고려아연의 경영이 특정 개인이나 단기적 이해가 아닌, 전체 주주와 회사의 장기적 가치 극대화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제도적·법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미래 성장을 견인할 크루셔블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추 기업으로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경제 안보에도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똘똘 뭉쳐 노력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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