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行 러 선적 유조선 …미·러 외교문제 비화 조짐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6.01.08 06:39  수정 2026.01.08 06:41

미군 “북대서양서 ‘압수영장’ 집행해 나포”…2주 넘는 추적 끝에 집행

러 “무력사용 권한 없어…해적행위” 반발, 美 백악관 “무국적 선박”

美, 별개로 카리브해에서 무국적 그림자 선단 유조선 1척 추가 나포


미국 해안경비대 대원이 러시아 선적으로 등록된 유조선 ‘벨라 1호’를 쌍안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7일(현지시간) 2주 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베네수엘라로 향하다가 도망치던 중 러시아 선적으로 등록된 유조선을 북대서양과 카리브해 인근 해역에서 각각 한 척씩 모두 두 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러시아 국적의 선박 한 척을 나포한 만큼 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군 유럽사령부(EUCOM)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전쟁부(국방부)와 협력해 유조선 ‘벨라1’(현 마리네라호)을 미국 제재 위반으로 나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선박은 미 해안경비대 먼로호의 추적 뒤 북대서양에서 미국 연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나포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앞서 지난달 21일 미국 해안경비대가 베네수엘라의 불법적인 제재 회피에 참여한 제재 대상 ‘그림자(암흑) 선단’ 선박 한 척을 추적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한 바 있다.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은 국제 제재를 피해 원유 등의 불법 수송에 관여하는 유조선 등 선박 집단을 가리킨다.


이 선박은 베네수엘라와 이란, 러시아 등 제재 대상국을 위해 원유를 유통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 소속으로 2024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상태였다. 당시 ‘벨라1’호으로 알려진 이 선박은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중 카리브해에서 미군이 제지하자 선로를 바꿔 달아났고, 내내 미 해안경비대의 추적을 받아왔다.


카리브해에서 미 해안경비대와 맞닥뜨릴 당시 유효한 깃발을 게양하지 않았던 벨라1호는 이후 항해 중 갑자기 러시아 국기를 선체 측면에 그려 넣었다. 그러곤 러시아 선박 등록부에 ‘마리네라’호라는 새 이름으로 등재돼 관심을 끌었다.


이달 1일에는 러시아 정부가 마리네라호가 자국 소속 선박이니 추적을 멈춰달라고 미국 국무부에 공식 요청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의 내막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러시아가 이 유조선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들을 배치했다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날도 익명의 미국 당국자들은 이 소식을 처음 전한 로이터에 ‘나포 작전이 펼쳐지는 인근에 러시아 잠수함을 포함해 군함들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군함들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해안경비대가 카리브해에서부터 2주 이상 추적해 온 벨라 1 유조선. ⓒ 뉴시스

나포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대응은 없었으나 러시아 국적의 선박을 나포한 만큼 양국 간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선박의 러시아 선적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이며 무국적 선박으로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포 사실을 확인하며 “제재 대상 원유를 수송한 베네수엘라의 그림자 함대 소속 선박”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해당 선박은 허위 국기를 게양한 뒤 무국적 선박으로 간주됐다”며 러시아 국적 선박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교통부는 이날 성명에서 “유엔 규범상 공해에서는 항행의 자유가 허용되며,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에 등록된 선박에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마리네라호가 러시아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러시아 국기를 달고 항해할 수 있는 임시 허가를 받은만큼 미국의 행위가 불법적이라는 지적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군이 러시아 선적 마리네라호에 승선했다는 보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승조원 중 러시아 국적자를 적절하게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조국으로 조속히 귀환시키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 EPA/연합뉴스

미 해안경비대는 이와 별개로 베네수엘라와 연관이 있는 다른 유조선도 나포했다고 전했다. 나포한 또 다른 선박은 ‘M/T 소피아호’로 지난해에만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싣고 네 차례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선박이 “카메룬 국기를 게양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작전에 관여한 남부사령부는 “억류된 선박이 카리브해에서 불법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며 “미국으로 소피아호를 호송해 최종 처분할 예정이다. 서반구에서의 불법 활동을 근절하겠다는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압력의 일환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송하는 제재 유조선에 대 봉쇄조치를 취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