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센터서 현대차 모셔널 로보택시 35분 시승
스트립·만달레이 베이 혼잡 구간서 급정거·끼어들기 상황도 침착 대응
AI 머신러닝 기반 자율주행이 상황 판단…멀티센서 융합으로 안전 확보
미국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 센터에 전시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런 복잡한 상황 판단도 가능하네요!”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이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할 로보택시를 시승하며 기자가 내뱉은 탄성이다.
시승하는 내내 운전석에 앉은 차량 운전자는 단 한 차례도 페달과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았지만 차량은 복잡한 도시 교통 상황에서도 유려하게 빠져나왔다. 운전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이 주는 자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체감할 수 있었다.
모셔널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모델을 적용해 주행에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정교하게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도시 전역의 복잡한 교통 상황에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시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모셔널 라스베이거스 테크니컬센터에서 출발해 약 35분간 상업지구, 관광 중심지, 대형 호텔 밀집 구간을 지나 다시 센터로 복귀하는 코스였다. 라스베이거스는 호텔과 카지노 차량 승하차 구역에 수많은 차량이 뒤섞여 있고 상시 이벤트가 진행되거나 공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매우 복잡한 도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모셔널이 자율주행을 개발하기 위한 도시로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했다. 까다로운 주행 조건에도 이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자율주행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또한 네바다주의 규제 친화적인 정책과 안정적인 기상 여건 덕분에 연중 상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시승 차량은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제작된 아이오닉 5 로보택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4 수준의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로, 기술적으로 운전자가 필요 없지만 시범 운영 기간에는 차량 운영자가 탑승할 예정이다. 차량 운전자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테스트와 실제 운행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타운 스퀘어에서 시범 주행 중인 모셔널 로보택시.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모셔널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율주행 개발 철학을 강조한 만큼, 시승 내내 차량의 모든 판단 기준이 안전에 집중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시험대인 야외형 쇼핑 복합단지 ‘타운 스퀘어’에 진입하자 로보택시는 보행자가 차로 인근에 접근하자 급제동 없이 부드럽게 감속하며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타운 스퀘어를 지나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으로 진입하자 주변 차량의 움직임이 예측하기 어렵게 흘러갔다. 로보택시는 앞 차량이 급정거하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부드럽게 감속한 후 옆 차선으로 우회를 시도했다. 이어 옆 차선에서도 다른 차량이 들어오자 다시 기존 차선으로 복귀했다. 불과 수 초 만에 이뤄진 상황 판단력이다.
시승의 백미는 대형 호텔과 리조트가 밀집한 ‘만달레이 베이’ 구간이었다. 이곳은 관광객을 태운 셔틀과 택시들이 뒤엉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체가 이어졌다.
로보택시는 무리하게 끼어들지 않고 수많은 차량 행렬에도 차분하게 기회를 계속 노리다가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단순히 센서에 잡히는 장애물을 피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 차량의 속도와 간격을 읽고 최적의 타이밍을 잡아내는 모습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 우회전 구간에서 모셔널 로보택시가 좌측 차량 흐름을 인식한 뒤 스티어링 휠을 자동으로 조향해 매끄럽게 합류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시내 주행의 핵심인 교차로 통과 능력도 탁월했다. 우회전 구간이 되자 정차한 차량은 좌측에서 오는 차량이 모두 지나간 것을 확인한 뒤, 스티어링 휠이 오른쪽으로 자동으로 돌아가며 매끄럽게 합류했다. 단순히 앞차를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주변의 전체적인 교통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신호 준수 역시 철저했다. 빨간불에 멈추고 초록불에 출발하는 기본적인 동작은 물론, 복잡한 도심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정확히 인지해 신호에 맞춰 주행을 이어갔다.
기술적 완성도는 곡선 구간에서도 빛을 발했다. 굴곡진 도로가 이어져도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코너링을 구사하며 탑승객에게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자율주행 특유의 기계적인 끊김이나 불안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우박이 내려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시승 일정이 지연됐지만 모셔널은 다양한 환경에서도 대응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60도 센싱 가능한 멀티 모달리티를 활용해 만약 센서 1개가 고장나더라도 다른 센서들을 융합적으로 활용해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한계도 보였다. 차선이 지워져 불분명한 곳에서는 정지 위치를 약간 벗어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실제로 복잡한 도심에서도 막힘없이 주행하는 이 기능들을 보니,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초보운전자의 미숙한 대처나 고령 운전자의 안전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로도 보였다.
이전 자율주행 레벨 3을 경험한 적 있지만 이는 독일 고속도로인 아우토반 한정이었다. 하지만 모셔널의 로보택시는 복잡한 도심에서도 베테랑 운전자처럼 노련하게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속도로라는 통제된 환경을 넘어, 일상의 가장 복잡한 순간 속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성큼 들어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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