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3' 빠지고 '못 파는 차' 많아지는 CES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1.12 14:12  수정 2026.01.12 14:12

모빌리티·혁신기술 장으로 변한 美 'CES'

올해 로보틱스·피지컬 AI·전기차 등 한 곳에

미국 진입 불가능한 중국 업체들도 신차 전시

포드·GM·스텔란티스 불참…현지인은 공감 어려워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6' 전시관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국제 가전·IT 박람회 'CES2026'가 막을 내린 가운데, 현지 소비자들의 공감이 점점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모빌리티쇼 격으로 자리잡으며 미국 자동차 시장의 중요성을 증명해왔으나, 지난해부터 미국 내 자동차 정책이 CES와 역행하고 있어서다.


특히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내 '빅3'로 꼽히는 업체들이 전부 불참하고, 이 자리를 중국 브랜드를 비롯한 해외 업체들이 채우면서 '미국 소비자들과 가장 먼 전시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막을 내린 'CES 2026'의 키워드는 '모빌리티 기술의 진화'와 '미국 전통 자동차 업체의 역행'으로 요약된다.


CES는 당초 글로벌 가전제품을 한 곳에 모아놓는 가전 박람회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각종 산업 분야의 혁신 기술을 전시하는 무대로 변화했다.


최근 전기차 전환과 함께 가전제품, 휴대폰처럼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가전보다 모빌리티의 영역이 더욱 커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전시회인 만큼, 전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을 겨냥하는 제품과 기술이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6 현대자동차그룹 미디어 데이에서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무대 위로 걸어 나와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특히 올해는 그동안 '전기차 신차'를 내놓는데 집중하던 글로벌 업체들이 전시 분야를 대폭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자동차 업체가 직접 자율주행 기술, 피지컬 AI, 로보틱스 등을 전시하며 '자동차 분야 탈피'를 선언한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현대차가 선보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보틱스가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키워드는 자동차가 아닌 '로보틱스'로, 세계 최초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지리자동차그룹도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시관에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당장 양산 수준은 아니지만, 미래의 도심 교통 수단으로 주목받는 완전 자율주행차 간 경쟁도 본격화됐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기술 계열사 모셔널이 처음 CES에 출전해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했으며,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도 CES 행사장 외부에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했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텐서 등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CES 2026에 참가한 지리자동차그룹 부스에 전시된 지커 009 모델.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올해 CES에서 눈길을 끌었던 또 한가지는 '미국 전통 제조사의 부재'다. 미국 전통 제조사들은 그간 신차 출시와 타 업체와의 협력을 알리는 무대로 CES를 십분 활용해왔다.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각종 모빌리티와 미래 신기술이 결집했지만, 미국 '빅3'로 불리는 포드, GM, 스텔란티스는 전부 불참했다. 전기차, 자율주행 영역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테슬라 역시도 올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바뀐 미국 내 자동차 정책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미국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시장 트렌드와 정 반대의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임기 시작 직후 글로벌 전역을 대상으로 자동차 관세 정책을 시행했다. 국가별로 모두 다른 관세율을 적용시켰으며,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 전통 제조업체를 부흥시키겠다는 취지였다. 또 조 바이든 전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전기차 보급을 완전히 원점으로 돌리고, 전기차 세제혜택도 폐지했다.


기업 평균 연비(CAFE) 규제도 대폭 낮췄다. 전기차를 일정 수준으로 판매해 연비 기준을 맞춰야하는 규제를 완화시켜 내연기관차를 더욱 많이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CES에서 공개된 각종 신차와 미래 기술은 모순적이게도 미국 현지 소비자와 가장 멀어지게 됐다. 자율주행, AI, 소프트웨어 고도화는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가 기반이 돼야 하지만, 미국은 내연기관차를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자동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포드와 GM이 빠진 자리에는 중국 자율주행, 전기차 업체가 들어섰다. 관세에 부딪혀 사실상 미국에서 차를 판매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참가한 것이다.


지리자동차그룹은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의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함께 '차량의 두뇌'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시스템도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중국 자율주행 업체 텐서는 레벨 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차 '로보카'를 공개하고, 올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공식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공개된 기술과 신차를 미국 소비자들은 실제로 구매하거나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시장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각종 기술력을 뽐내던 무대였지만, 현지 업체들은 신차와 기술력이 부족해 오히려 참가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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