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글로벌 수주 전면에 ‘모비스’ 단독 브랜드
논캡티브 전략으로 현대차·기아 의존 구조 완화 추진
전동화·로보틱스·차량용 반도체로 미래 모빌리티 확장
현대모비스 CES 2026 전시 부스. 현대모비스 유튜브 영상 캡쳐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현대엠시트, 현대케피코. 현대차그룹 부품 생태계를 지탱하는 주요 계열사들의 이름에는 예외 없이 그룹의 인장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글로벌 수주 시장의 최전선에 선 현대모비스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현대모비스의 홈페이지 주소에는 그룹명이 없다. 해외 완성차 고객이 가장 먼저 접하는 공식 창구임에도 '현대'라는 이름은 드러나지 않는다. 해외 완성차 고객을 맞이하는 가장 공식적인 창구인 글로벌 홈페이지 주소에서조차 그룹명을 지우고 모비스라는 브랜드만을 내세운다.
이는 단순한 사명 생략이 아니다. 현대모비스가 수년간 일관되게 추진해 온 '논캡티브(Non-Captive)' 전략, 즉 현대차·기아 중심의 매출 구조를 유지하되 외부 완성차 수주를 통해 글로벌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현대 떼고 수주 나선 독자 브랜드 전략
이 전략의 출발점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CES 2020 현장에서 현대차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혁파하고 2025년까지 비현대차·기아 부문 매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매출의 90%에 육박하던 그룹 의존 구조를 장기적으로 완화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의 다짐은 괄목할만한 수주 성과로 이어졌다. 현대모비스의 해외 수주 실적은 2020년 17억5000만 달러, 2021년 25억2000만 달러를 거쳐 2022년에는 46억50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2023년에는 북미와 유럽 등에서 전동화 부품을 중심으로 92억2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사상 최대 성과를 올렸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성장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들과의 대규모 계약이 이런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2022년 프랑스에서 스텔란티스와 르노를 초청해 진행한 단독 테크쇼는 유럽 시장 공략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 6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모비스 부스 전경.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IAA 모빌리티 2025', CES 2025, 2026 등에서도 일반 관람객 대신 사전 초청된 글로벌 고객사만을 대상으로 프라이빗관을 운영하는 내실 있는 전략을 택했다. CES 2025에서는 현대차·기아 등이 불참한 가운데 그룹 내 유일하게 참가하며 해외 수주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이목을 끌었었다.
현대모비스가 영업 현장과 글로벌 전시회에서 현대라는 이름을 우회하고 모비스로만 활동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해외 제조사 입장에서 경쟁사의 브랜드가 강조된 부품사는 기술 유출이나 정보 보안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수주 미팅이나 전시 현장에서 독자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룹명을 지우고 활동하며, 이는 해외 고객사의 거부감을 줄여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쿨 두갈 퀄컴 총괄부사장(오른쪽)과 정수경 현대모비스 부사장이SDV·ADAS용 차세대 기술 공동 개발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논캡티브 전략은 자동차 부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로보틱스와 차량용 반도체까지 기술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전통적인 부품 공급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 포지셔닝을 강화하려는 행보다.
현대모비스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첫 고객사로 확보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액추에이터의 대량 양산 체계에 돌입했다. 기술 독립의 핵심인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팹리스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통신용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11종을 3년 내 개발 완료하고 2030년까지 국산화율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같은 논캡티브 전략은 현대모비스에만 유리한 선택은 아니다. 과거에는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와 기아가 협력사가 다른 완성차 업체와 거래하는 것에 대해 기술 유출이나 집중도 분산을 우려해 소극적인 기조를 보였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제는 그룹 차원에서도 독자 기업으로서 활발히 다른 고객사를 확보하라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그룹사가 협력사를 무조건 보호해주던 시대는 지났다"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도저히 따라가기 어려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기존처럼 모비스를 거치는 캡티브 구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논캡티브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며 "영업이익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독자적인 R&D 투자와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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