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점이 평범?…신용점수만 끌어올린 정부, 정작 대출문은 더 좁아졌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6.01.15 07:02  수정 2026.01.15 07:02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평균 950점 넘어서

“정부가 되려 높은 신용점수만 양산…양극화 심화”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50점을 넘어섰다.ⓒ연합뉴스

은행권 대출 기준이 사실상 최고 신용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서민·중신용자의 체감 어려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연이어 가계대출 규제만 강화하면서 신용점수만 끌어올리고, 실제 상환 여력이 있는 차주들까지 대출 밖으로 내모는 역효과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50점을 넘어섰다.


3년 전만 해도 900점대를 넘기면 고신용자로 인정받던 기준이 이제는 대출 시장에서는 평범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신용점수 상단 구간의 ‘쏠림’이 빠르게 심해지면서, 신용점수 자체가 차주의 상환능력을 걸러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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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왜곡의 이면에 정부의 과도한 가계대출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대출 총량을 억누르는 데 급급한 사이, 은행은 규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최고 신용자만 골라 받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 과정에서 중·저신용자뿐 아니라 신용점수 900점대 차주들까지도 당국의 정책 부담을 떠안으며 대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신용점수가 상단 구간에 몰리면 사실상 점수만으로 상환 능력을 구별하기가 어렵다”면서 “950점 이상이 너무 많다 보니 신용점수가 예전만큼 의미 있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점수가 여전히 기본 심사 지표이긴 하지만, 이 구간에서는 점수 자체의 설명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신용점수 상승=대출 가능’이라는 기존 공식이 완전히 무너진 셈이다.


더욱이 가계부채 억제라는 명분 아래 심사 강화만 되풀이한 정부 정책이 높은 신용점수만 양산하고, 실제 대출 시장에서는 양극화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대출 심사만 계속 조이면서 오히려 서민과 중신용자를 제도권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며 “점수는 올라가는데 문은 더 좁아지고, 정말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대출 시장은 사실상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최고 신용자만 은행 창구에 설 수 있고, 그보다 점수가 조금만 낮아도 아무리 소득이나 자산이 충분해도 문턱조차 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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