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연동제 따라 산업용 전기료 인하해야" 전문가·업계 한목소리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1.23 15:00  수정 2026.01.23 16:07

대한상의, '산업경쟁력 강화와 전기요금 세미나' 개최

"전체적 인하 어렵다면 위기업종이라도 부담 덜어줘야"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상의회관 중회의실B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와 전기요금 세미나’를 한국자원경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앞줄 왼쪽 세번째)과 주요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원가가 낮은데도 우리 나라는 비정상적으로 지난 몇 년간 산업용 위주로 전기요금을 올려왔습니다.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어 급격히 올린 산업용 요금은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내려주는 것이 맞습니다.”


인공지능(AI) 중심의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 시대에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저렴한 전력공급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 만큼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추진돼야 한다는데 전문가와 업계가 뜻을 모았다. 낮아진 연료가격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낮추거나 위기업종의 요금을 경감해 주고 근본적으로는 한국전 이외의 전력구매 활성화 등 기업이 자신에게 적합한 형태의 전력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23일 상의회관 중회의실B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와 전기요금 세미나’를 한국자원경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며 유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한 이후 한전 적자가 늘어나자 7차례에 걸쳐 70% 정도 인상됐다. 특히 마지막 두 차례 2023년 11월과 지난해 10월 인상 시에는 주택용은 동결하고 산업용만 올렸다.


하지만 2023년부터 유가 하락세가 지속돼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선 초반으로 급등 이전 60달러대 후반보다 떨어지고 LNG는 급등 이전 수준(10달러)으로 돌아왔는데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인하 없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주요국은 연료비 하락 반영해 요금 인하


연료비 연동제가 있고 하락요인에 따라 전기요금은 인하돼야 하나 3개월 단위로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게 돼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부터 현재까지 킬로와트시(kWh)당 +5원의 상한선이 15분기 연속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정단가를 장기간 묶어두는 것은 한국전력의 재정상황 등이 이유로 연동제 도입취지나 산업용에 치우친 요금인상 경과를 고려할 때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도매전력 가격변화를 연동해 요금을 조정하거나 무역통관 연료가격(LNG, 석탄, 석유)을 바탕으로 조정단가를 산정해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기요금 동결에 따라 한전의 영업이익은 2024년 8조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4조원으로 역대 최대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에도 에너지가격 안정을 강조하는 미 트럼프정부의 방침 등에 따라 이러한 흑자기조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막대한 누적부채(205조원)와 과거 연료비 급등기때 전기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한 때문이라면 한전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요금대응보다 재정투입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체 인하 어렵다면 위기업종이라도 지원"


산업용 요금의 전체적 인하가 어렵다면 철강, 석유화학 등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업종에 특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2035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등 탈탄소 전환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철강업은 2030년까지 시행하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의 무상배출량이 약 20% 감소하고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올해 시행됨에 따라 3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탄소감축을 위해 전기로 설치를 확대 중인데 전기로는 기존 고로보다 10배 높은 전력을 소비해 요금부담 급등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저가공세가 겹치면서 극한의 생존경쟁에 내몰린 석유화학산업은 기존 범용중심 구조에서 고부가·첨단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통과된 ‘석유화학특별법’의 실질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특례 전기요금제 마련 등 비용경감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전기요금이 높은 유럽을 중심으로 산업경쟁력 보호차원에서 전력회사에 보조금을 지원해 전기요금 인상을 낮추는 정책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독일은 올해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상한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영국도 전기요금과 망요금 인하가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 전력직거래를 적극 권장하고 전력판매경쟁을 확대해 전기요금을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


"구조개편 방향은 기업 선택권 확대"


전력산업 구조는 기업이 자신에 맞는 전력과 요금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전 이외의 다양한 전력구매계약을 확대하고 한전의 투자부담 완화와 전력망 건설속도를 높이기 위한 민간참여 허용, 더 나아가 전력판매경쟁을 통해 원가상승을 억제하는 효율적 전력시장제도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첫 번째 발제에서 “산업용 요금은 이미 한계상황이므로 추가 인상은 곤란하며, 주택·농사용 등 타 용도의 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법으로 ▲최대사용전력 기준으로 부과하는 기본요금 산정방식의 유연화 ▲기업 이탈방지를 위한 산업용 요금인하 ▲위기업종의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 완화를 비롯한 요금 구조의 전면적 혁신을 주문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두 번째 발제에서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한전으로부터 벗어나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탈한전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현행 전력시장이 기업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분산에너지시대와 에너지신산업화에 맞게 기업들의 전기요금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자원경제학회장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환영사에서 "전력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단기적 조치가 아니라 전기요금의 가격기능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불합리한 용도별 요금제를 폐기하고 소비자별로 전력생산, 송전, 배전의 총괄 원가를 반영해 부과하는 소매요금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와 연동되지 않는 전기요금 체계는 에너지 소비와 국가자원분배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전력산업발전을 제약하기 때문에 새정부의 에너지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제도개선이 빠르게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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