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걸' 제작하며 다시 살아난 연기 열정…엄마와 성(姓) 같은 감독님에 끌려 '케데헌' 만나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에서 루미 역을 연기하며 인기를 모은 배우 아덴 조가 한국에 방문했다. 30일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는 시작부터 다소 엄숙하게 시작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최근 '탈세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올린 차은우의 SNS에 응원 댓글을 달아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아덴 조 측은 "개인적 친분에서 나온 위로의 표현이었을 뿐, 해당 사안에 대한 판단이나 옹호 의도는 없었다"며 "사적인 마음이 공적으로 확장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어가 부족하지만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다"며 조심스러운 인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웨이브나인
한국의 인터뷰 자리가 낯설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아덴 조는 여러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고 한다. "미국에선 이렇게 안 해서 신기해요. 드라마에서 본 회사 컨퍼런스 자리 같아서 긴장되네요.(웃음) 몇 달 전부터 영화 '퍼펙트 걸'을 제작 중인데요. 그 영화의 프로듀싱·디렉팅 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과정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온 김에 휴식도 취하고 화보 촬영도 했죠"
아덴 조의 '한국 문화 사랑'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느낄 수 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한국 베이스를 다룬 첫 작품이기도 하고 케이팝, 케이 패션, 한식 등 디테일하게 한국 문화를 많이 보여주는 작품이라 더욱 소중하게 생각했어요. 한국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고 싶었는데 이 작품에는 한국계 미국인, 한국계 캐나다인들이 많이 참여해서 안심이 됐죠.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한국적인 문화를 대놓고 보여준 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 같아요. 우리 문화를 보여줄 문이 열린 거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된지 약 8개월 정도가 지났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이에 아덴 조는 아직도 이 인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제가 사실 '케데헌' 촬영 후 바로 다른 영화 촬영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이 작품과 약간 멀어진 느낌이 있었죠. 다른 배우들이 월드스타된 건 너무 기뻤지만 사람들이 영화를 어느 정도로 사랑해주는지 직접적으로는 못 느꼈어요. 근데 스케줄이 많아져서 그때서야 체감한 것 같아요. 뉴욕도 일주일에 세 번씩 가고요. 너무 신기해요. 특히 제가 존경하는 배우들, 감독님들이 우리를 응원해주는게 소중하고 고마워요. 마치 축하파티하는 기분이에요. 제가 '겨울왕국'(FROZEN)에서 안나를 연기한 크리스틴 벨의 팬인데요. 최근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만나 저에게 '요즘 애들 때문에 너의 목소리를 맨날 듣는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쿨하고 캐주얼하게 인사하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이게 진짠가 싶었어요. 박찬욱 감독님 같은 천재 슈퍼스타 분이 우리 영화에 대해서 멘트도 해주고 칭찬해주는 것도 신기했고요"
사실 아덴 조는 처음부터 루미를 생각하고 오디션을 본 것이 아니다. "처음엔 셀린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2022년 8월경에 10문단 정도 되는 많지 않은 대사 파일을 보냈는데 1년 후에 연락이 온 거예요. 근데 회사에서 저에게 '루미 역으로 콜 백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루미? 주인공 아닌가? 쏘 쿨(so cool)'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너무 좋았죠.(웃음) 2023년 11월쯤 바로 촬영을 시작해서 2025년 1월에 마쳤거든요? 근데 작품이 6월에 나왔잖아요. 배우는 참 행운인 것 같아요. 작품의 파운데이션을 만드는 데 보통 6~7년이 걸리는데 배우들은 막바지에 참여해서 릴리즈 되는 걸 빨리 볼 수 있으니까요"
루미는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아 빨리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루미는 멋진 가수지만 그 전에 한 명의 여자예요. 대본을 보면서 20대, 30대의 저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죠. 그래서 엄청 준비하기보다 제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배우 활동을 하면서 제 아이덴티티를 성립하기 어려웠어요. 동양인 배우니까 챌린지도 많았죠. 인종차별도 많이 당해서 어릴 땐 한국 문화를 부끄러워하기도 했어요. 어리기도 했고 자신 있게 뭘 하는 건 저랑 안맞았거든요. 근데 루미도 그렇거든요. 진짜 자신을 오픈하지 않고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한국계 미국인인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거든요"
진우 역의 안효섭과 케미스트리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저희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걸 알아요. 근데 보이스 액팅은 혼자 하거든요. 안효섭 씨도 영화 개봉 전까진 못봤어요. 근데 너무 신기한 게 '마마 어워즈'에서 처음 만났을 때 뭔가 아는 사람 같다고 생각했어요. 각자 녹음본을 합치면서 점점 다음 세션엔 목소리가 들려서 그런가봐요. 지미팰런쇼 등 스케줄을 하면서 종종 보면 성격이 너무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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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으로 첫 성우 연기에 도전하게 된 건 '파트너 트랙' 이후 연기 인생에 슬럼프를 겪으면서다. "'파트너 트랙'은 제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드라마예요. 20년 넘게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그 드라마를 제 커리어의 '모멘트'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빨리 끝났죠. 그래서인지 '나는 여기까지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오디션을 볼 자신도 없고 지치고 힘들어서 은퇴를 선언했어요. 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데 그게 안될 거 같았거든요. 남들이 봤을 땐 '너 그래도 주연도 했잖아. 만족해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동양여자를 다룬 스토리를 '시작'만 했다고 생각해서 아쉽더라고요. 멋진 모습은 보여주지도 못하고 끝난게 불공평하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1년 동안 휴식을 취했어요. 그러면서 '퍼펙트 걸'이라는 영화를 제작하게 된 거예요. 저보다 어린 동양인 여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거든요. 아델라인 루돌프, 전소미 등을 캐스팅한 것도 그 이유예요. '10년 전에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내 커리어가 더 나았을까'라는 마음에 제작을 시작했죠. 근데 해보니까 다시 연기에 대한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그 시점에 '케데헌' 오디션 기회를 접하게 된 거예요. 제가 더 끌렸던 이유는 대니 강 감독님의 이름 떄문인데요. 저희 엄마도 강 씨거든요. 그래서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대본을 보는데 액션도 좋아하고 케이팝도 좋아하는 저에게 딱 맞는 거예요. 그리고 한국 제작자를 서포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렇게 참여해서 연기를 하는데 오랜만에 하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성우 연기를 할 땐 외형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고 한다. "잠옷 입고 편하게 연기했어요. 물론 카메라가 저를 찍고 있어서 부끄럽긴 한데요. 그냥 눈을 감고 했어요. 절 보고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녹음했죠. 근데 웃겼던 게 감독님도 목소리를 듣고 피드백을 줘야 해서 집중하려고 눈을 감고 있거든요. 거기 있는 사람들 다 눈 감고 있어요. 그게 재밌기도 했죠.(웃음)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하다보니 즐겁더라고요. 제가 이상한 얼굴을 만들고 소리지르고 울어도 화장을 안했으니까 번질 걱정도 안했어요. 원래 연기할 때는 리터치하고 헤어 메이크업 체크도 해야되는데 너무 편한 거죠. 친구한테 '계속 보이스 액팅만 해야지'라고 농담한 적도 있어요"
'퍼펙트 걸'은 케이팝을 소재로 한 영화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케데헌' 인기에 편승해 제작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전혀 아니에요. 케이팝 관련은 맞는데 사실 메인 주제는 심리를 다룬 작품이에요.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는 여자들이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인지 상상인지 혼란스러워하며 펼쳐지는 스릴러 장르로 보면 돼요. '케데헌'이랑은 전혀 다른 스토리죠. 처음에는 영어로만 대사가 나오는 영화라 미국에서만 오디션을 봤는데요. 그럼 케이팝 리얼리티를 담기 어렵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전소미 씨를 캐스팅한 거고요. 우리 배우들 다 연기를 너무 잘해요. 저는 가수들이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요. 가수는 짧은 노래로 엄청난 이야기를 하고 그걸로 감동을 주잖아요. 연기도 비슷하거든요. 배우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사랑하게 됐죠"
'케데헌'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우리 감독님이 준비한 게 많아서 기대돼요. 감독님과 작가님들이 잘할 거라고 믿어요. 특히 원하는 게 있다면 루미와 조이가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더라고요 프리퀄이나 플래시백 장면으로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루미의 어린시절을 보는 게 좋거든요"
아덴 조는 3월 1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 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믿기지가 않아요. 너무 영광이고 커리어에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전 그냥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너무 많은 복을 받은 것 가탕요. 이 자리까지 온 게 기쁘다는 생각 뿐이에요. 시상식에서 뭐 입을지 벌써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상상도 못해서 그런지 그냥 흥분되고 긴장되는 마음이에요"
마지막으로 아덴 조는 여태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났는데 어릴 때부터 제가 텍사스에서 왔다고 해도 '아니 어디서 왔냐고'라고 묻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부모님은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면 '그게 어디예요? 중국에 있는 건가'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요. 심지어 학교 선생님도 '중국 아니냐'고 했어요. 맨날 설명하고, 사우스와 노스는 다르다고 말하고 이게 어려웠어요. 미국 드라마를 봐도 중국 배우, 일본 배우는 있는데 한국 배우는 많지 않다고 느꼈죠. 한국 여자들의 큐트하고 매력있고 털털한 부분을 살리고 싶은데 왜 항상 야하고 이상한 캐릭터만 있는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저는 미디어가 이런 걸 알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고정관념과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데 20년이 걸렸네요. 저는 제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면 그냥 성공을 위한 길이었던 것 같아요. '파트너 트랙' 다음 시즌이 취소되면서 받은 상처를 회복하면서 저도 새로운 기운을 찾은 것 같아요. 너무 신기한게요. '파트너 트랙'이 2022년 8월 26일에 처음 공개됐거든요. 그리고 딱 3년 후에 '케데헌'이 개봉했어요. 제일 큰 실패를 하고 3년 뒤 같은 날 선물을 받은 거예요. 앞으로도 전세계에 한국을 더 알리고 싶어요. 그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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