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DB그룹 회장, ‘위장계열사 15곳’ 허위 제출…공정위, 검찰 고발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2.08 12:00  수정 2026.02.08 12:01

‘위장계열사’로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

지분 확보·경영권 방어에 동원 정황

공정위 “대기업집단시책 근간 훼손 정도 커”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동곡사회복지재단 등 15개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로 DB그룹 김준기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재단과 재단회사는 지난 1999년 11월 DB로부터 계열제외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DB측은 최소 2010년부터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을 위해 이들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6년부터는 재단회사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만들어 지배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DB Inc·DB HiTek…총수일가 지배력·사익 편취에 동원


DB 동일인의 지배력 유지의 핵심계열사는 ‘DB Inc’와 ‘DB HiTek’다. DB Inc는 총수일가가 회사의 지분 43.7%를 소유하고 있으며 동일인은 회사를 통해 제조서비스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DB HiTek의 경우 소속 비금융계열사 중 재무규모가 가장 큰 계열사임에도 내부지분율(동일인측 지분율)이 자사주를 제외한 23.9% 정도로 낮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23년에는 경영권 공격을 받은 적도 있어 동일인 측은 DB HiTek의 내부지분율 유지에 민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발표한 재단회사 동원 정황을 살펴보면 ‘삼동흥산’과 ‘빌텍’ 등 재단회사들은 지난 2010년 DB HiTek의 재무개선을 위해 DB캐피탈 등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 불필요한 부동산을 DB HiTek에게서 매수하기도 했다.


또 공정위는 재단회사가 2021년에는 DB HiTek으로부터 받은 강남 소재 부동산 매각대금이 있는 상황에서 김준기 회장 개인이 재단회사로부터 220억원을 대여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재단회사는 1년 후 이를 상환받은 직후 동일한 금액으로 DB HiTek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2022년에는 DB Inc가 자금이 필요해 자신이 보유한 DB HiTek 지분(1%)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일인의 기업집단 지배력을 유지시키고자 재단회사가 DB Inc의 매각하려는 지분율과 유사한 비율(1.1%)만큼 DB HiTek의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DB측의 관심사항은 오로지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확대와 사익 추구”라며 “이러한 행태는 독립적인 회사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고, 이같은 일련의 정황으로 DB 동일인의 지배력이 실질적으로 미친다고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6년 1월에는 ‘재단 협력회사 운영담당’이라는 직위를 신설해 조직적인 관리 체계를 갖추기도 했다. 해당 자리에 26년간 재단 감사를 지낸 DB 출신 임원을 앉혀 공식적으로 재단회사들을 관리하게 했다.


DB 계열사로 내부 관리…외부에 드러날까 은폐도


재단회사들이 DB의 계열사로 내부 관리를 함과 동시에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은폐한 정황도 파악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DB측이 작성한 그룹사 전국 부동산 사용 현황, 그룹 전국 건물 현황(대외비), 그룹사 임원 명단, 포도 등 발송명단 등 수년간의 각종 문서에는 DB소속회사 뿐 아니라 삼동흥산, 빌텍, 강원일보, 강원흥업, 강원여객자동차 등 재단회사들의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2023년 작성된 DB그룹 조직도에는 동곡재단쪽 계열사만이 점선으로 연결돼 있었다. 하단 자료는 그룹장에게만 배포하는 것이 좋겠으며 관계사 배포시 동곡재단 부분을 삭제하라는 표기가 돼 있다”며 “재단회사들을 동원하는 거래를 기획할 때마다 위장계열사 리스크를 스스로 수차례 분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DB의 총수 및 총수일가(딸), 주력계열사인 DB Inc, DB HiTek, DB손해보험 등이 재단회사들과 수년간 자금·자산 등을 거래한 내역을 확인했다. 재단회사인 삼동흥산·빌텍·뉴런엔지니어링·탑서브·동구농원은 DB 소속회사로부터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해 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재단회사들의 전체 매출에서 DB소속회사로부터 발생한 매출의 비중은 삼동흥산 81.7%, 빌텍 75.2%, 뉴런엔지니어링 100%, 탑서브 100%, 동구농원 42.6% 등이다.


아울러 DB측이 재단회사들의 인사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DB와 재단회사 간 임직원 겸임을 비롯해 DB소속 임직원이 재단회사의 임직원으로 선임된 후 다시 DB 소속으로 복귀하는 경우나, 그 반대의 경우 등 수십 년간 다양한 인사교류가 이뤄져 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핵심 재단회사인 삼동흥산, 빌텍 및 삼동랜드의 임원 과반수. 특히 역대 대표이사들은 DB소속회사 근무경력이 있는 자들로 구성됐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는 “재단회사들은 총수일가가 필요할 때마다 자금 조달, 지분 확보, 경영권 방어 등에 수시로 동원돼 왔고, 더욱이 총수에게 직접 자금을 대여한 사례까지 확인되는 바 총수 모르게 이러한 사안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고위직 인사, 지배구조, 경영권 방어 등 사안의 경우 동일인이 직접 결정·승인하거나 보고받는 사안이라고 내부 문서에도 적시돼 있다. 이외에도 각종 증거에서도 확인되듯, DB가 내부적으로도 재단 및 재단회사들을 계열로 관리하고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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