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의 역설…빠르게 불어나는 은행 부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6.02.10 07:03  수정 2026.02.10 07:03

4대 은행, 지난해 순익 14조 사상최대

요주의여신·고정이하여신 급증, 건전성 불안

“자칫 부실을 생산하는 금융으로 변질될 수도”

지난해 4분기 기준 4대 은행의 요주의여신은 7조92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49% 증가한 규모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4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정작 부실 대출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역설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에 이어 생산적 금융을 내세우며 기업대출 확대를 독려한 결과, 실적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은행권의 건전성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3조9909억원으로 각 은행별로는 모두 3조원대 실적을 이어갔다.


문제는 화려한 성적표 뒤에 숨은 부실 증가 속도다.


지난해 4분기 기준 4대 은행의 요주의여신은 7조92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 늘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49% 증가한 규모다.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어 회수가 어려운 고정이하여신은 4조5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며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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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은행이 부실을 감당할 흡수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171.7%로 3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부실이 늘어나는 속도에 충당금 적립이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시장금리는 물가 불안과 긴축 장기화 우려 탓에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는 혁신·벤처·신성장 분야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라고 금융권에 주문했다.


취지는 좋지만, 경기 둔화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공급된 대출이 고스란히 부실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팬데믹 당시 풀린 초저금리 대출이 이제야 부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경기 회복은 더디고 시장금리는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책 방향에 맞춰 위험도가 높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니 부실 가능성이 더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경기 상황과 리스크 관리를 무시한 채 속도전만 요구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더 취약해지고, 부실 위험이 구조적으로 쌓여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가 자칫 부실을 생산하는 금융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그는 “혁신산업 육성이라는 이름 아래 리스크 관리를 뒤로 미루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사상 최대 순이익은 곧 부실 리스크 폭증이라는 ‘역설적 후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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