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쌓이면 특사경 넓힌다…이찬진 발언에 금감원 지위 논쟁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2.10 06:51  수정 2026.02.10 06:51

불법 사금융부터 한정 도입…“여론 형성되면 제도 환경 달라질 수도”

준사법 권한 확대 가능성에 ‘무자본 특수법인’ 구조 적절성 논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감원장이 ‘특사경’ 권한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금감원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다시 재점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을 불법 사금융과 자본시장 일부 분야에 한정해 도입하면서도, 국민적 신뢰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제도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해 향후 권한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단계적 접근을 강조했지만, 이를 계기로 금감원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감원장이 ‘특사경’ 권한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금감원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다시 재점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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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검사 기구에 머물던 금감원이 준사법적 권한을 단계적으로 넓혀갈 경우, 현행 무자본 특수법인 구조가 계속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전날(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법 사금융 외 다른 분야로 특사경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는 기관도 있고 현실적 제약이 있다”며 “먼저 높은 궤도로 진입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고, 이후 사회적 필요와 국민적 신뢰가 형성되면 입법 환경도 넓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신뢰가 쌓이면 권한 확대에 대한 저항도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런 접근이 금감원의 제도적 정체성 문제를 오히려 부각시킨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감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일본 금융청처럼 정치적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 국가기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개인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 레벨이 완전히 다른 얘기”라며 “공공기관화와는 전혀 다른 맥락의 발언이었고, 입장을 바꾼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자신이 언급한 국가기관 모델은 정치적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감독 독립성을 전제로 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사경 권한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경우, 감독기구의 법적 지위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원장이 언급한 한국은행처럼 헌법·법률에 의해 독립성이 보장된 국가기관 모델로 전환할 경우, 정치적 변화로부터 감독 기능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차단할 것인지, 권한 확대에 상응하는 책임과 통제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결국 이 원장의 발언은 당장의 특사경 확대를 예고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적 신뢰 → 권한 확대 → 제도 재정비’라는 단계적 흐름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금감원의 법적 지위 논쟁을 다시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사경 도입이 감독의 실효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권한을 늘리기 전에 금감원이 어떤 성격의 기관인지부터 명확히 정리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금융감독원이 지금처럼 국가기관도, 공공기관도, 민간기구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 상태에서 수사 성격의 권한까지 갖게 되면, 법적 지위 논쟁은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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