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K-무비, 도파민은 외화로... 설 연휴 해외 영화의 극장가 틈새 전략 [D:영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2.13 11:08  수정 2026.02.13 11:08

연휴 직전 달궈진 고자극 열풍, 신작 '폭풍의 언덕'으로 집중... 성인 관객 수요 변수될까

설 연휴를 앞두고 극장가 대진표가 완성됐다. 전통적인 명절 공식인 가족 영화들이 스크린을 선점한 가운데, 그 틈새를 '고자극'으로 무장한 해외 장르물들이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뻔한 감동 대신 지독한 장르적 쾌감을 선택한 젊은 관객들의 '도파민 수요'가 설 대목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NEW, 쇼박스, 바이포엠스튜디오

12일 영화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 '휴민트'와 최우식 주연의 가족 힐링극 '넘버원'이 일제히 개봉했다. 지난 4일 먼저 등판해 일주일 만에 130만 관객을 돌파한 단종을 소재로 한 '왕과 사는 남자'의 기세도 매섭다.


한국 영화는 충심, 가족애, 적정 수위의 액션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토리로 관객을 싹쓸이하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2일 오후 9시 기준 한국 영화들의 실시간 예매율 합계는 77%를 상회하며 명절 대목의 주도권을 꽉 쥔 모습이다.


하지만 이날 함께 개봉한 외화 '폭풍의 언덕'은 한국 영화들과 전혀 다른 노선을 걷는다. 에메랄드 페넬 감독이 고전 소설을 영화화한 이번 작품은 우리가 알던 서정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파격적인 에로티시즘과 광기 어린 집착을 전면에 내세우며 성인용 로맨스 스릴러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외화의 고자극 트렌드는 이미 상영 중인 작품들에서도 볼 수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직장상사 길들이기'는 눈을 파내는 식의 잔혹한 고어 연출을 섞은 하극상 스릴러로 직장인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 중이다. 북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국내에서도 '직장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마라맛 영화'라는 입소문을 탔다.


저택 안의 은밀하고 위험한 금기를 다룬 '하우스메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 3억 달러 돌파의 기세를 몰아 국내에서도 CGV 골든에그지수 97%를 유지하며 취향이 확고한 관객층을 결집시켰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번 설 극장가는 대규모 스크린을 확보한 한국 영화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외화 신작 '폭풍의 언덕'이 장르적 선명함을 무기로 틈새 공략에 나선 모양새다. 연휴 직전 개봉해 고자극 장르물의 수요를 확인시킨 '직장상사 길들이기'나 '하우스메이드'가 상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번 설 연휴 기간 성인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고수위 장르물은 사실상 '폭풍의 언덕' 한 편으로 압축됐다.


가족 단위 관객들이 사극과 힐링 드라마로 발길을 옮기는 동안, 명절 특유의 일상성에서 벗어나 강렬한 경험을 원하는 관객층은 유일한 '마라맛' 선택지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명절 공식이 지배하는 스크린 이면에 확고한 취향을 정조준한 외화의 실속 있는 흥행세는 연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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