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치 지형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강력한 불법 이민 단속, 고율 관세 정책, 유럽 동맹국과의 갈등 심화 등 이른바 ‘트럼프발 위기론’이 확산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질서 변화로 이어지며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진출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보호무역 강화와 정책 변동성이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위기를 단순한 위험 요소로만 해석하는 것은 균형 잡힌 시각이라 보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전략은 ‘동맹 블록 경제’ 구축에 있다. 이는 전략적 산업에서 중국 등 경쟁국을 배제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정책 방향이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첨단 제조, 바이오산업에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오히려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은 자국 내 제조 기반 확대를 국가 안보 차원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 동맹 기업의 현지 투자와 기술 협력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공급망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호무역 강화는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현지 생산 기반을 구축한 기업에는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이러한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과제가 요구된다. 첫째, 단순 생산 이전을 넘어 연구개발, 인력 양성, 지역사회 협력까지 포함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 정부와 지방정부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미국 내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대응도 중요하다. 한미 산업 협력 채널을 제도화해 통상 갈등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현지 투자 기업에 대한 금융 및 법률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중견 기업들이 대기업과 함께 미국 시장에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클러스터형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한국 산업 생태계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 질서는 지금 거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트럼프발 정책 변화는 분명 새로운 불확실성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동맹 중심 산업 재편이라는 구조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읽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과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대미 산업 협력 전략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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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영호 K-MidSouth Nexus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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