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가격 부담 완화 위한 개선책 내놔
교복업계, 부작용 검토 위한 공론장 필요 주장
“재고 부담 고려해 1~2년 유예 검토해야”
정부가 고가의 정장형 교복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실용적인 생활복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밝히자 학부모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광주 북구의 '상설교복나눔장터'.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교복 가격을 ‘등골 브레이커’로 지목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정부가 정장형 교복을 폐지하고 생활복·체육복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교복업계는 가격 안정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제도가 변경될 경우 현장의 혼란과 소상공인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공론장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6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교복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한 개선책을 내놓았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장형 교복을 활동하기 편한 생활복, 체육복 등으로 전환하고 품목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생활복, 체육복과 비슷한 바지와 티셔츠 등 시중 제품 착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생활복을 포함해 티셔츠, 바지 등 품목별로 상한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근 비싼 정장형 교복은 입학식·졸업식 외에는 잘 입지 않는 데다 정장형 교복 외에도 구매해야 하는 품목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마련한 개선안이다.
교복 지원 방식도 지원 금액 내에서 필요한 품목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도록 현물형에서 현금·바우처형으로 전환 권고한다.
교복 공급주체 다변화를 위해 지역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생산자 협동조합 참여 활성화 방안도 추진한다.
협동조합이 입찰에 참여하면 가점을 주거나 공동브랜드 창설을 위한 컨설팅을 정부가 별도로 해주는 방안이다. 보증·융자 지원도 검토한다.
협동조합 등 사회연대경제기업이 생산한 제품·용역과 관련해 공공부문 우선구매 촉진 규정도 신설할 예정이다.
교복업체들의 입찰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3월까지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다. 신학기 시즌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와 협력해 담합 의심 사례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교복업계는 이번 정책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세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교복업계는 마치 업계가 폭리를 취한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박창희 한국학생복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업계가 디자인과 가격을 주도하는 것처럼 비춰지는데, 우리는 학교주관구매 제도 안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입찰에 참여할 뿐 가격이나 품목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장형을 입을지, 안 입을지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또한 학교장이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투표를 통해 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빼놓고 정장형을 폐지하자고 논의를 하는 것이야말로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책이 급격히 전환될 경우 이미 생산에 들어간 물량과 재고 부담이 고스란히 중소 교복업체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일정 기간의 유예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복은 학교주관구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교복 업체 선정은 전년도 8월까지 마무리되지만, 학생 수에 따른 교복 물량은 다음 해 1~2월 중 확정이 이뤄지는 만큼 교복업체는 '추정 물량'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일례로 경기도교육청 '교복 학교주관구매 가이드북'에 따르면 입찰공고문에는 구매 물량을 ‘추정 물량’으로 제시하되, “학생(신입생) 신청에 따라 최종 확정한다”는 단서를 반드시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가이드북에는 "추가 구매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계약서에 개인별 추가 단품 구매시 계약단가로 공급, 납품 후에도 학생(신입생, 재학생, 전입생 등)이 희망할 경우 해당연도에 한하여 교복 1벌당 계약단가 및 품목별 계약단가로 공급한다고 명시" 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실제 수요가 확정되기 전, 예상 인원보다 여유 있게 원단을 확보하고 교복을 생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량 차이는 고스란히 재고 부담으로 남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박 국장은 "학생이 200명이라고 가정해도 남녀로 나뉘고, 사이즈가 12~15개로 세분화돼 일반 의류보다 복잡하다. 정확한 사이즈도 1~2월은 돼야 알 수 있어 규정대로 따르면 옷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단도 최소 발주 물량이 있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할 수 없다"며 "결국 완제품과 원단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정장형을 없애는 것은 상관없다"라면서도 “학교 공고에 맞춰 이미 재고를 준비해 둔 상황에서 즉각 폐지하면 그 물량은 고스란히 손실이 된다. 최소 1~2년 유예를 두거나, 재고 처리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장형 교복 폐지가 오히려 학부모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복업계는 교육부가 생활복, 체육복과 비슷한 바지와 티셔츠 등 시중 제품 착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박 국장은 "겨울 자켓만 없애도 학생들이 다른 외투를 사야 한다. 잘못하면 교복 한 벌보다 비싼 사복을 추가로 구매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교복은 3년간 사복 구매를 줄여주는 기능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노스페이스 계급도' 논란이나 고가 패딩 유행처럼 교복이 약화될 경우 사복 소비가 과열됐던 사례가 있다"며 "교복이 갖고 있는 가격 완충 기능과 위화감 완화 기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업계는 40년 가까이 현장을 겪어왔다"며 "과거 어떤 부작용이 있었고 왜 지금의 제도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맥락까지 감안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생산자 협동조합’ 방식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 국장은 "수익 구조를 따지면 최저 생계비 수준에서 유지되는 사업자들이 많다”며 “이 상황에서 지역별로 조합을 구성해 특정 조합에만 혜택을 준다면, 조합에 속하지 않은 소상공인은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교복업계는 공론장 마련을 촉구했다. 박 국장은 "우리는 제도 개선에 반대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런 애로 사항들이 있으니 검토해달라는 것이다. 40년간 현장에서 겪어온 경험을 가진 업계 목소리를 들어봐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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