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이란 사태 장기화…전자·반도체 '수요·AI 투자' 변수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3.03 12:14  수정 2026.03.03 12:15

중동 소비 위축 가능성에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까지 촉각

지난달 28일(형지시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란 테헤란 모습 ⓒ연합뉴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전자·반도체 업계가 파장 확산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전쟁이 원자재나 공급망 차질을 통해 산업을 흔들었다면, 이번 사태는 소비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흐름을 통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도체 생산과 소재 공급망에 직접적인 차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동 지역은 글로벌 반도체 제조 거점이나 핵심 소재 생산지 비중이 낮아 단기적인 생산 중단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산업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공급망 이슈로만 보지 않는다. 중동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TV·생활가전 판매 비중이 높은 핵심 시장이다. 고유가 기반의 '오일머니' 소비가 뒷받침돼 온 지역인 만큼, 전란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경우 초프리미엄 제품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신제품 출시 시기와 맞물릴 경우 초기 판매 흐름이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우회로 확보가 가능하지만 소비 심리 위축이 본격화되면 매출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더 큰 변수는 AI 인프라 투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최근 국가 주도로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AI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며 글로벌 AI 수요의 신흥 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이들 프로젝트의 집행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현실화돼 유가와 가스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 이는 전력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LNG 가격 상승은 가스 발전 단가를 끌어올려 주요국 전력 도매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전력 집약적 산업인 AI 데이터센터 운영비 구조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버 투자 속도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낸드플래시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투자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비용 측면에서도 변수는 존재한다. 중동 긴장이 확대될 경우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 변동성이 커지며 가전과 IT 제품 수출 비용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물류 보험료와 운송 시간이 늘어나 기업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장 생산 차질은 없지만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변수"라며 "공급망 위기보다 수요와 전력 비용이 산업을 흔드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된다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전자·반도체 산업은 소비와 AI 투자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이란과 이스라엘에 근무 중이던 직원들을 인근 국가로 대피시키고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라크 등 인접국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이란 파견 한국인 직원을 대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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