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K-건설’ 위기감 고조…현지 공사 지연에 수주 불확실성 우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3.04 16:29  수정 2026.03.04 16:50

이란 전쟁 발발로 해외수주 텃밭에 지정학적 리스크 대두

국토부·해외건설협회·건설사, 중동 상황 모니터링

전쟁 장기화시 유가 상승·원자재 수급 불안 가시화

발주 축소·일정 지연으로 해외수주 500억 달러 목표 달성 차질 가능성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 피어오르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여파로 해외건설업계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해외건설의 텃밭인 중동 지역에서 확전 위기감이 커지면서 인명피해는 물론 현지 공사 중단, 수주 지연 등 문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협회, 중동 지역에 진출한 기업들과 비상대책반을 편성해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릴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중동에서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이어 이란의 보복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전날 긴급히 국토부와 공동 회의를 진행했다”며 “아직까지 피해가 접수된 사례는 없지만 중동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지난해 중동 시장의 연간 수주 실적이 118억8300만 달러로 1년 전 대비 35.8%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전체 해외 실적의 25.1%의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누적 수주액을 따져보면 중동 수주 실적은 5127억5500만 달러(48.9%)로 전체(1조482억900만 달러) 수주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 전쟁 발발로 건설사들의 근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란이 주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요르단, 이라크 등에 있는 미군 기지와 대사관에 공격을 퍼붓자 UAE와 사우디 등은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인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등 확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주요 중동 국가들에 진출해 있는 현대건설·삼성물산·삼성E&A·대우건설 등 건설사들은 확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인명 피해와 공사 중단 등 사업 차질 문제가 가시화될 수 있어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지에 있는 직원들은 발이 묶여 있고 직원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사실 지금 현지에서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유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려는 유조선을 공격하는 등 원유 수송로를 막은 상태다. 여파로 국제 유가도 이틀 새 10% 이상 급격히 치솟았다.


이와 함께 해외건설 수주 목표 달성에도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가 제시한 해외건설 목표 수주액은 500억 달러로 세계건설시장 전망에서 중동의 발주 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주요 수주국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전쟁이 확전되면서 장기화될 경우, 중동 국가 내 발주처들이 신규 프로젝트 발주를 늦추거나 줄일 가능성도 크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이란발 중동 사태의 영향’ 보고서를 통해 “기자재 수급과 안전 문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공사기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 중동 등에서 기대하던 수주 이벤트들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쟁으로 인해 공사가 중단될 경우 건설사들이 발주처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가가 오를 경우 중동 국가의 유동성을 확대해 인프라 발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단 시각도 상존한다.


김 연구원은 “전쟁과 같은 경우에는 불가항력적(Force Majeure) 사항으로 계약 상에서 추가 비용을 책임지지 않는다”며 “단기간 매출 시현에 속도 조절이 있을지라도 비용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해외건설업계 한 관계자도 “산유국인 중동지역 특수성을 고려하면 유가가 높아질수록 중동 국가의 여유 자금도 커지게 된다”며 “당장 갈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니 발주에는 무리가 갈 수 있지만 상황이 안정화되면 오히려 발주가 확대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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