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까지 손볼까…비거주 1주택자도 ‘전전긍긍’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03.06 07:00  수정 2026.03.06 07:00

비거주 주택 세금 높은 싱가포르에 이 대통령 “많이 배워야”

보유세 강화·장특공제 축소 가능성에 비거주자 고심 커질 듯

“집 팔기 어려운 시장…세금 강화 전 퇴로 먼저 제공해야”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외교부에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싱가포르를 방문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배워가야 할 것 같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시장에서는 거주와 비거주에 따라 세금 부과 방식이 다른 싱가포르의 재산세 체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쏟아 냈던터라 해당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강경한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싱가포르를 방문한 후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부터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많이 배워가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올 들어 SNS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 대해 고강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주택자 뿐만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들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면서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싱가포르의 재산세 산정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주택이 비싸고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만큼 1주택 실거주를 유도하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주택을 임대했을 때 예상되는 연간 임대가치(연 임대료)를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임대가치가 1만2000싱가포르달러(약 1380만원)인 주택에서 실거주할 때는 세금이 없지만 그보다 높은 금액은 점점 세금이 커지는 식이다.


예를 들어 가치가 4만5000싱가포르달러(약 5170만원)인 주택은 세금이 없는 1만2000싱가포르달러 외 2만8000싱가포달러에 대한 보유세 4%가 적용된다. 또 남은 5000싱가포르달러는 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경우, 2만8000싱가포르달러의 4%인 1120싱가포르달러와 5000싱가포르달러의 6%인 300싱가포르달러를 더한 1420싱가포르달러(약 163만원)가 총 재산세다.


가치가 클수록 세금도 비례해 커진다. 연간 임대가치가 14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6000만원)를 넘는 주택은 재산세가 1만9020싱가포르달러(약 2180만원)인데 해당 금액을 초과할수록 32% 세율이 적용된다.


임대가치가 15만 싱가포르달러(1억7200만원)라면 14만 싱가포르달러를 초과한 1만 싱가포달러의 32%인 3200싱가포르달러가 세금에 추가돼 재산세는 총 2만2220싱가포르달러(2550만원)다.


실거주자가 아니라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연간 임대가치 3만 싱가포르달러까지는 12% 세금이 부과돼 3600싱가포르달러(410만원)를 내면 되는데 그보다 높은 가치에 대해서는 20~36% 세금이 적용된다.


6만 싱가포르달러(약 6900만원)를 초과하는 주택은 가장 높은 36% 세율이 적용돼 재산세가 1만800싱가포르달러(약 1240만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같은 가치 주택이라도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세금은 크게 다르다. 15만 싱가포르달러 가치 주택 기준 비거주자는 4만3200싱가포르달러(약 4960만원)를 내야 해 거주자의 2배 가까이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베일에 가려진 정부 정책 방향…비거주 1주택자 고민 커진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급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다. ⓒ 뉴시스

싱가포르가 세금 산정에 사용하는 연간 임대가치는 한국에서 사용되지 않아 단순 계산은 어렵다. 한국은 보유세를 공시가격 등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지만 연간 가치는 해당 집이 가져올 수익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공공주택이 많은 싱가포르 제도를 민간주택이 많은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전세가 한국에서는 널리 쓰이는 점도 정확한 임대료 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아직 정부와 정치권에서 보유세 강화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하면 보유세가 강화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싱가포르처럼 비거주 1주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경우, 매년 이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더 커진다. 현재 한국은 주택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주택자라면 공시가격 12억원 이하일 때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는다. 그와 달리 싱가포르는 1주택자라도 주택에 거주하지 않으면 세금을 부과한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 1주택자가 일정 기간 주택을 보유·거주하면 받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해당 당사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주택자 외에도 고가 1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일부가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매물을 내놓은 주 수요자는 세금 부담이 커질 경우 감당하기 힘든 고령 1주택자”라며 “정부 규제 움직임에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가 내놓는 매물이 시장에 더 많이 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비거주 1주택자 대상 세금 부담 증대와 관련, 중요한 문제는 선의의 피해자를 어떻게 방지하느냐다. 해외 파견과 지방 근무 등 개인의 다양한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할 수 있는데다 등록임대 만기 이후에도 임대 계약이 남아 주택 매도를 하지 못하는 등록임대사업자는 주택 매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주택 매도를 원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거래 제약이 많아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 일부는 투기로 보기 힘들 수 있다”며 “세금 부과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제도 안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퇴로를 일부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타 국가 대비 높은 수준의 양도소득세를 일부 완화하는 등 원활하게 주택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주택 매도를 원하는 수요자가 세금 부담을 피해 주택을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보유세를 높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보유세가 올랐는데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주택을 거래할 때 내는 세금까지 높은 수준이면 주택시장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