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국내 첫 '불가항력' 선언…호르무즈 봉쇄에 석화업계 긴장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3.06 18:59  수정 2026.03.06 19:02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긴장 고조

나프타 수급 막히며 국내 최대 에틸렌 설비 공급 지연 통보

석화업계 전반 가동 차질 확산 가능성

여천NCC 홈페이지. 여천NCC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원료 수급 경고등이 켜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중동발 나프타 수급이 차질을 빚자 여천NCC가 사상 처음으로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생산 차질이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6일 석유화학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여천NCC는 지난 4일 주요 고객사들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 및 물량 조정을 통보하며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며 중동산 나프타 원료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 데 따른 조치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석유화학 생산기지로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은 229만t 규모다. 작년 말 시작된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3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현재는 1공장과 2공장만 운영 중이다.


여천NCC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갑작스럽고 급격하게 고조됨에 따라 원자재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3월 인도 예정이었던 원료 나프타의 도착이 크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중동 사태 이후 국제 나프타 가격은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공장 운영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현재 가동 중인 1·2공장의 가동률을 최소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이를 면책 사유로 인정받기 위해 선언하는 조치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계약 물량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고객사에 즉시 이를 통보해야 한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원료 수급 차질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약 70% 수준이며 이 가운데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어오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해협 봉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나프타 조달 차질이 이어지며 석유화학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황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납사를 외부에서 들여와야 하는 NCC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겪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원료 조달 자체가 막히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NCC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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