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끝 아니다…건설업 규제 쓰나미 우려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03.10 06:00  수정 2026.03.10 06:01

건설안전특별법·적정임금제 등 본격 추진

과징금에 인건비 부담…건설사 부담 ‘쑥'

업계 “현실적 제도 보완 필요”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하청 근로자에게 원청과 교섭권을 부여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10일부터 시행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건설안전특별법과 적정임금제 도입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건설업계에서는 향후 등장할 이들 규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규제 일변도 정책이 강화되면 업황 침체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건설공사 주체별 안전관리 강화 방안 연구’ 용역 사전규격 공개를 마쳤다.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번 용역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의 하위법안을 마련한다. 법안이 통과됐을 때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감경 기준 등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세부규정을 갖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은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 사고를 낸 건설사업자·설계자·감리자·건축사에게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1000억원 이내에서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매출액이 없거나 매출액의 산정이 어려우면 과징금으로 최대 10억원을 부과할 수 있다.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여당 주도로 심사 중이다. 현 정부도 지난 1월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상반기까지 법안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만큼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업계는 법안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영업이익도 아닌 매출액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면 건설사는 버틸 수 없다”며 “전국에 현장이 많고 매출액이 수조 원인 대형 건설사는 법안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 모습.ⓒ뉴시스

새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적정임금제도 건설업계에 부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공약인 적정임금제는 발주자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한 제도다. 공사금액을 보장하면서 건설근로자의 임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제도 도입에 나섰지만 민간공사로 확대되지는 못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도 도입 논의가 다시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적정임금제 제도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며 제도 마련에 나섰다. 용역기간이 12개월인 만큼 올해 하반기 구체적인 제도 추진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서도 제도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 1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3분기 공공발주 공사를 대상으로 적정임금제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전자카드 기반 직종별 임금 정보도 수집한다.


문제는 제도가 도입에 따른 적정 공사비가 확보될 수 있느냐다. 정부는 노무비 상승분 반영을 위한 공공 계약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또 제도 시행에 따라 공사비가 오르면 분양가가 상승해 건설사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정임금제 도입에 따른 인건비 증가 우려는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 2017년 발표한 ‘건설업 적정임금제 도입의 영향 및 검토과제’에서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의 직종별 임금을 고시하고 적용을 강제하기 때문에 노무비와 공사원가 상승이 발생한다”며 “직종별 숙련수준에 따라 임금이 고시돼도 근로자 수급상황에 따라 임금은 변동되는데 고시된 임금 이하 지급은 허용되지 않아 비용 상승 규모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건설업 규제가 차례로 구체화하면서 건설업 침체 장기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기준금리 상승 여파에 따른 침체에서 아직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는데 더 많은 규제가 적용될 경우 공사비 상승과 공급 위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현장 안전 강화 등 정부 정책 방향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규제 속도가 빠르고 과도하다”며 “업계가 정책에 따를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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