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연구개발 38조·HBM4 투자 승부수
D램 점유율 하락 속 AI 메모리 경쟁 본격화
자사주 16조 소각·알파벳 신규 매출처 등장
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사진) ⓒ데일리안DB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연구개발(R&D) 투자로 대응에 나섰다. TV와 스마트폰 등 완제품 사업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버티는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11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37조7548억원으로 전년보다 7.8%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 역사상 최대 규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 투입된 시설 투자도 52조7000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5조원 이상 늘었다. 기흥 캠퍼스에 조성 중인 차세대 연구개발 단지 ‘NRD-K’ 등 미래 반도체 생산 기반 구축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이 같은 투자 확대는 AI 인프라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DR5 등 AI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에서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확대 계획을 밝히며 GPU와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 대응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갖춘 종합 반도체 기업(IDM) 구조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AI 메모리 시장에서는 경쟁 환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023년 42.2%, 2024년 41.5%, 지난해 34%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AI 서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 구조가 재편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AI 가속기용 HBM 공급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앞서며 메모리 시장 판도에 변화가 나타난 상황이다. 차세대 HBM4 경쟁이 삼성 반도체 경쟁력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완제품 사업에서는 점유율 방어 흐름이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20년 연속 1위를 유지하며 주요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했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전장 사업 역시 큰 폭의 변화보다는 기존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사업보고서는 삼성전자의 고객 구조 변화도 보여준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 흐름 속에서 알파벳(Alphabet)이 주요 매출처에 새롭게 포함됐다. 애플, 홍콩테크, 슈프림일렉트로닉스, 도이치텔레콤 등 기존 주요 고객들과 함께 빅테크 기업 의존도가 더 높아진 셈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약 8700만주 규모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약 16조원 규모다. 이는 최근 강화되는 주주환원 요구에 대응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총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올해 2월에는 1차 매입분 3조원 규모 자사주를 이미 소각했다.
임직원 보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5800만원으로 전년보다 21.5%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성과급 확대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인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만8881명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인력은 7만8064명, 모바일·TV·생활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5만817명이다.
회사는 완제품 사업에서는 글로벌 점유율을 유지하고, 반도체에서는 차세대 HBM과 DDR5 개발을 중심으로 AI 인프라 시장 대응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삼성의 향후 성과 역시 HBM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 확보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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