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 방송부터 도박까지"…라이브 '음지 방송' 이대로 둘 건가 [관리 사각지대 유튜브]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입력 2026.03.16 06:00  수정 2026.03.16 06:00

규제 사각지대 속 유해 콘텐츠 기승

엑셀 방송, 도박 중계, 가품 판매까지

청소년 이용시간 길어지며 우려 커져

정치권도 지적…제재 필요성 거론

유튜브에서 라이브 생중계되고 있는 엑셀 방송, 도박 방송, 가품 판매 방송 이미지. 유튜브 캡처.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른바 '음지 방송'이라고 불리는 자극적 콘텐츠가 확산되며 플랫폼 관리 사각지대의 폐해가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선정적 요소나 불법 여지가 있는 콘텐츠로 시청자를 끌어 모은 뒤 후원 경쟁을 유도하거나 외부 사이트로 이용자를 유도하는 방식의 방송이 늘어나며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음지 방송은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해 시청자 관심과 후원을 끌어내는 라이브 콘텐츠를 말한다. 일부 방송은 플랫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한 뒤 별도 외부 사이트로 이용자를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도박 등 불법 행위로 이어지는 창구 역할을 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대표적인 형태로는 후원 경쟁을 유도하는 일명 '엑셀 방송'이 있다. 엑셀 방송은 시청자의 후원 금액을 엑셀 형태의 순위표로 공개해 경쟁을 유도하는 라이브 방송이다. 화면에 출연자별 후원 금액 순위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후원이 들어올 때마다 순위가 바뀌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 간 후원 경쟁이 과열되고, 출연자가 더 자극적인 행동을 하도록 압박받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존에는 출연자가 춤이나 리액션 등을 통해 후원을 유도하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폭력적인 콘셉트나 성적 요소를 강조한 방송 등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도박 방송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중계하는 형태의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화면에 가상의 딜러가 카드를 섞는 장면이 등장하고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중 일부 방송은 단순 게임 중계를 넘어 외부 도박 사이트로 이용자를 유도하는 창구로 활용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자가 모이면 채팅창이나 별도 메신저를 통해 사이트 주소를 안내하는 식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진행하고 있으나 온라인을 통한 홍보와 유입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 도박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이른바 '짝퉁(가품)' 판매 방송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 패딩이나 가방을 10만~20만 원대에 판매한다고 홍보하는 콘텐츠가 송출된다. 업계에 따르면 특정 시간대에만 이러한 가품 판매 채널이 20여 개 이상 동시에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차원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라이브 방송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사전 모니터링이 어렵고, 방송이 종료된 이후에야 문제가 확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는 계정 정지나 채널 삭제 등 제재 가능성이 명시돼 있지만, 라이브 방송의 세부적인 제재 기준이나 운영 방식은 외부에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AI 기반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제재 속도가 콘텐츠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별도 인력을 두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SOOP과 치지직 등은 내부 운영 인력이 방송을 상시 확인하며 문제 방송에 대해 가이드라인에 따른 신속한 제재를 진행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형 글로벌 플랫폼의 경우 콘텐츠 규모가 방대한 만큼 모든 방송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플랫폼 관리 사각지대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자극적인 콘텐츠와 허위 정보 확산 문제가 제기되며 플랫폼 책임과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당시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유튜브의 영향력이 이미 카카오와 네이버를 뛰어넘었지만 부가통신서비스로 분류돼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경찰이나 수사기관이 일일이 콘텐츠를 모니터링하지 않는 이상 규제가 불가능하다. 국외 플랫폼 대리인에게 시정명령 의무를 부과하고 불이행 시 제재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콘텐츠는 현행법상 방송이 아닌 정보통신의 영역에 포함된다. 이에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 요구를 해도 강제력을 띄지 않아 결국 유튜브가 직접 유해 콘텐츠를 제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유튜브 이용시간이 길어지며 이들이 유해 콘텐츠에 자주 노출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도 우려 사항으로 거론된다. 영상물관리등급위원회의 '2025년 영상물 등급분류 인지도 및 청소년 영상물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4.8%가 무료 온라인 영상물에도 등급분류를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플랫폼의 콘텐츠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워낙 영향력이 큰 플랫폼인 만큼 방송 내용이 온라인을 넘어 실제 불법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엄격하고 촘촘한 관리 체계 정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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