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이 김무성을 공천 개혁 대업에 투입한다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3.23 07:06  수정 2026.03.23 08:38

10-0 콜드 게임 패한 야구보다 못한 한국 정치

공천권도 검찰 수사권처럼 없애면 돼

"공천 장사가 한국 정치 망친다"는 김무성이 적임자

공천 개혁 이뤄내면, 李 재임 최대 업적 될 것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국회부의장(왼쪽)과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 야구가 또 세계 무대에서 뺨을 호되게 맞았다.


한낱 우물 안 개구리였음이 발각되는 순간 우리는 일주일도 못 갈 원인 분석에 열을 올린다. 용병 의존, 세대교체 지연, 대표 선발 기준 불투명, 데이터·과학적 접근 부족 등등… 그리고 곧 잊어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간다.


한국 정치가 꼭 이런 식이다. 아니, 정치는 스포츠에 비하면 저 밑바닥이다. 스포츠는 장난치기 불가능한 기록이라도 있지 않나.


선거 때만 되면, 또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실천하지도 못할 공천 제도 개혁 이야기가 나왔던 게 한국 정치판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과 장동혁 대표가 되고 나서는 그 말 자체도 안 나온다. 개혁하는 시늉도 안 한다는 건 병이 깊이 들었고,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 대통령과 정청래의 여당 민주당은 자만과 오만, 장동혁 일당의 야당 국민의힘은 망상과 오기로 한국 정치를 더 후진시키고 있다. 연성 독재다. 민주주의를 잊고 있는데 그치지 않고 파괴를 일삼고 있다.


한국 정당 정치의 최우선 개혁 과제는 공천이다. 사실상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대통령과 공천권을 가진 여·야당 대표, 지도부 국회의원들에게 꼼짝 못 하고 줄을 서거나 침묵하는 것. 이것이 만병의 근원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 돈도 바친다. 현금은 위험하니(검찰 수사권이 없어진 지금부터는 이것마저 더 이상 위험해지지 않을 수 있다) 후원금, 출판기념회나 경조사 봉투 등을 제공한다.


민주당의 김병기·강선우·최민희 사건이 이런 부패의 생생한 최근 사례다.



6월 지방 선거를 앞둔 현재 지자체장과 지방 의회 출마 후보자들이 공천을 따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대목 장사를 학수고대해 온 국회의원이란 상인들 표정 관리도 관전 포인트다.


한국 정치는 이걸 수술하지 않으면 영원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공천 권력에 쩔쩔매 한마디 못하고 돈까지 주고받는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 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 이재명은 임기 중 이번 지방 선거와 2028년 총선 두 개의 큰 선거를 치른다. 그는 여당 압승에만 집착하지 말고 더 큰 업적에 욕심을 가져야 한다. 바로 공천제를 없애 버리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도 사그리 없앴는데,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이 공천 흉기를 버려 버리는 일이 그리 어렵겠는가.


할 수 있다. 그에게 이 혁명적 작업을 위해 전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74·부산·한양대)을 추천해본다.


이 사람을 가칭 '선출공직공천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엽입해 개혁 작업을 완수시킨다면, 이재명이란 이름이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 길이 빛나게 될 것이다. 진영도 보수이니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김무성은 지난 1월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치를 망치는 것이 바로 이 공천 장사다"라며 "지방 선거는 국회의원들의 밥그릇"이라고 일갈한 사람이다. 바로 그 공천권을 쥐었던(그러나 행사는 안했다) 전직 거대 여당 대표의 말이라 믿을 만하지 않은가.


그는 현역 거물 정치인 중 유일하게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개방형 경선)를 주창하고 일부 실천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의 밀실·비민주적 공천의 대안이다.


"한국은 대통령의 힘이 제일 센 나라다. 이렇게 강한 권력이 공천권을 행사하니 부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큰 권력이 내려오면서 중간에 있는 자들이 돈을 받는다."


"그게 우리 정치다. 공천이란 그 지역에서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지 찾는 거다. 그럼 유권자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는 우리 현실에서는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에 의한 대표 선수 선발 방식이 가장 값싸고 공정하다고 믿는다. 여론조사 비용도 경선 참가자들이 공동 부담하는 방식이다. 매우 투명하고 합리적이다.


공천(公薦)은 영어로 Public Recommendation(공적 추천)이지만, 우리 현실은 공적이지도 않고, 추천도 없다. 대통령과 당 대표 등 권력이 일방적으로 꽂고 싶은 사람을 꽂는 사천(私薦)이요, 지명(Nomination)이다.


이걸 공천이라고 우기는 정당들이 웃기는 것이고, 그 공천에 목매는 정치인들은 한심하고 불쌍한 것이다. 이걸 또 언론과 유권자 국민들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며 일희일비한다. 후진국 코미디다.


한국은 이렇게 권력이 자기 당 국회의원들을 사실상 지명하고, 물갈이하고 보복한다. 그걸 국민들은 아무 소리 안 한 채 표를 찍어 준다. 총체적 불투명, 강압과 굴종, 부패의 난장판이다.


공관(공천관리) 위원장은 대통령·당 대표의 지시를 처리하는 대리인, 즉 바지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에는 이 사람이 마치 큰 권한을 가진 사람처럼 내세운다. 그런 위원장이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요즘 완장을 찬 국힘 공관위원장 이정현(67·곡성·동국대)이 그런 인물이다. 군복 입고 컷오프 칼 휘두르기 놀이에 정신이 없다. 보수의 얼굴에 추가로 먹칠을 하고 있다.


보수 성향 경제학자로 이재명 정권 규제개혁위 부위원장을 맡은 전 카이스트대 교수 이병태(66·충주·서울대-KAIST-텍사스 대)는 "'한국 정당의 독재적 유산'인 이 공천 제도로 한국 국회가 인턴들 판이 됐다"고 독설을 퍼붓는다.


"공천에 의한 물갈이가 만든 것은 4년 임기의 경험 없는 인턴들이 좌우하는 국회다. 국정에 대한 경험도 고민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이들은 다음 선거 재공천을 위해 권력 향배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일 뿐이다. 한국처럼 초선이 다수인 나라의 국회는 없다."


글/정기수 칼럼니스트 (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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