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자금도, 투자도 쥐고 흔드는 정부…시장은 무너지고 있다 [기자수첩-금융증권]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6.03.23 07:03  수정 2026.03.23 07:14

금리·대출·투자까지 전방위 개입

"결국 남은 건 통제뿐…리스크는 민간에 떠넘기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더 이상 '지원'이나 '유도'가 아니다.


한마디로 '통제'다.


문제는 그 통제가 점점 노골적이고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은 어디에 얼마나 나가야 하는지 정해주고, 금리는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투자 자금은 어느 분야로 흘러가야 하는지까지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쥐고 있다.


금융회사는 리스크를 판단하는 주체가 아니라, 단순히 정책을 실행만 하는 하부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대출 확대 정책이 단적인 사례다. 부동산을 줄이고 '생산적 금융'을 늘리라는 주문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의 높은 부실 위험과 경기 민감성은 외면된다.


결과는 뻔하다. 리스크는 은행이 떠안고, 정책 성과는 정부가 가져간다. 실패해도 책임지는 쪽은 따로 있다.


신용 질서는 이미 균열이 시작됐다. 사후 구제 정책이 반복되면서 '신용을 지키는 것'의 의미는 흐려졌다.


일부 구간에서 나타난 금리 역전은 단순한 이상 현상이 아니다.


위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성실한 차주가 더 많은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되면, 누가 규칙을 지키려 하겠는가.


금리까지 손대겠다는 발상은 통제의 정점을 보여준다.


'고신용자의 부담을 늘려 저신용자를 지원하자'는 구상은 시장 가격을 정책적으로 재배분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이는 금융회사의 리스크 평가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조치다. 가격이 왜곡되면 자금 배분도 왜곡된다. 그 결과는 항상 더 큰 부실로 돌아온다.


'국민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동원되는 막대한 자금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민간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책 방향에 맞춘 '사실상의 의무'에 가깝다.


수익성과 리스크를 따져야 할 자금이 정치적 목표를 향해 흘러가는 순간, 자본 효율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증시 정책 역시 통제의 연장선이다. 해외 투자 마케팅을 자제시키고 국내 투자로 유도하는 방식은 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선택의 제한이다.


자본은 더 나은 수익을 찾아 이동하는데, 이를 정책으로 붙잡아 두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문제는 이런 개입이 각각 따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출, 금리, 투자, 증시까지 전방위적으로 얽히면서 금융 시스템 전체의 가격 신호가 흐려지고 있다.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는 기능은 점점 약해지고, 대신 정책 신호만 남는다.


금융은 통제한다고 돌아가는 산업이 아니다.


가격을 왜곡하고, 리스크를 무시하고, 자금을 특정 방향으로 밀어 넣는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왜곡은 누적되고, 부실은 늦게 터지며, 그 비용은 결국 더 크게 돌아온다.


통제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을 통제하기 시작한 순간, 그 시장은 이미 망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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